새해 예산안이 법정시한(2일)보다 이틀 늦게 지각 타결된 것은 △공무원 증원 △법인세 인상 △일자리안정자금 △기초연금 등 4대 쟁점을 두고 여야가 팽팽히 대립했기 때문이다.
공무원 증원과 최저임금 인상분을 지원하는 일자리안정자금은 새 정부가 추진하는 핵심 국정과제인 일자리 확대와 소득주도 성장과 밀접한 만큼 여당으로서는 쉽게 양보할 수 없었다. 반면 야당은 보수정당인 자유한국당의 경우 법인세 인상 억제에 총력을 기울여야 했고 노인 표심에 큰 영향을 주는 기초연금 인상 시점을 지방선거가 치러지는 내년 6월보다 최대한 미뤄야만 했다. 평행선을 걷던 여야가 극적으로 합의안을 만든 것은 이처럼 서로가 간절히 원하는 핵심 가치를 살려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①내년 공무원 인력 증원 규모 9,475명으로 합의=일자리 정부를 내세운 정부는 공공 부문에서 내년 공무원 증원을 핵심 과제로 삼았다. 소방·경찰 등 현장 서비스 공무원의 충원이 시급하다는 점에서 정부는 공무원 증원을 추진했다. 그러나 야당은 공무원 증원에 따른 연금 등 추계자료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을뿐더러 미래세대에 부담을 전가하는 예산인 만큼 삭감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결국 협상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의 계속되는 감원 압박에 정부안보다 1,500명 줄인 1만500명까지 양보할 수 있다고 물러섰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예년 증원 수준인 7,000명, 국민의당은 최대 9,000명 이상은 불가하다고 팽팽히 맞섰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3일 “쟁점 사안이 많이 줄었다”면서도 “여당이 (공무원 증원 규모로) 1만500명을 고수하면 협상을 못한다”고 여당의 양보를 촉구했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여당의 1만500명 안은 우리가 받을 수 없다”고 일축했다. 결국 여당은 공무원 증원 수를 1만명 이하로 줄이는 고육책을 통해 야당의 협상을 이끌어냈다.
②법인세 과표기준 3,000억원 상향…세율 25% 유지=법인세는 결국 최고세율 25%가 확정됐다. 미국이 법인세율을 20%로 낮추자 일본은 혁신기술을 도입하는 기업에 추가로 5%포인트 더 낮춰 실효 법인세를 20%에 맞추는 기업지원 방안을 검토하는 등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게 됐다. 다만 과표 기준을 기존 2,000억원에서 3,000억원으로 상향하면서 기존에는 129개 기업이 최고세율을 내야 했지만 77개 기업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에 따른 초과 세수는 2조3,000억원으로 애초 정부안인 2조6,000억원과 3,000억원가량 차이가 난다. 이로써 정부는 실리를 얻고 야당 역시 대상 기업을 대폭 줄이는 성과를 얻게 됐다.
현재 시장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는 한국과 미국·일본 기업들은 각국의 증세안과 감세안이 확정된 후 완전히 다른 토양에서 맞서는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한국과 미국 기업의 경우 현재는 최고세율을 기준으로 미국이 한국보다 13%포인트 더 높은 세금을 내지만 세제 개편 이후 한국이 오히려 5%포인트 높은 역전현상이 일어난다. 이런 이유로 앞으로 우리 기업의 경영이 어려운 여건을 맞게 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③일자리안정기금 2조9,707억원…2019년에는 비슷한 범위 내=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일자리안정자금도 여야의 대립지점이었다. 민주당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어려움이 예상되는 영세 자영업자 등을 위해 필수적인 예산이며 한시적으로 편성된다는 점을 부각했다. 반면 야당은 정부가 기업의 임금 부담을 국민 세금으로 도와준다는 것은 원칙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비판해왔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당은 특히 상여금이나 숙식비를 최저임금에 포함하고 근로장려세제(EITC)를 활성화하는 대안도 내놓았다.
결국 정부는 2019년에도 2018년과 비슷한 규모의 일자리안정자금을 확보하게 됐다. 일자리안정자금은 최저임금 급등에 따른 영세 소상공인의 불만을 잡을 수단인 만큼 정부로서도 국민적 저항을 막을 방편을 확보한 셈이다. 다만 인건비를 세금으로 지원한다는 기조는 변함이 없는 만큼 향후 논란은 이어질 수 있다.
④기초연금·아동수당 내년 9월부터 지급=각각 4월과 7월로 예정된 아동수당과 기초연금 지급 시한은 지방선거 이후인 오는 9월 이후로 연기하고 만 0세에서 5세 아동을 대상으로 한 아동수당의 경우 2인 이상 가구 기준 소득수준 상위 10%는 제외한다. 기초연금 지급액은 정부 원안인 25만원 인상안을 그대로 유지하되 소득수준에 따른 차등 배려가 가능하도록 중장기 기초연금 제도 개선 방안을 강구하기로 했다. 기초연금과 아동수당은 젊은 부모나 노인이 직접 수혜를 보는 만큼 표심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이 때문에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한 야당 측은 지급시기를 늦춰야 한다고 주장했고 정부 역시 이를 받아들이며 내년 6월 지방선거 이후인 9월로 미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