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공조를 약속했던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내년도 예산안을 두고 엇갈린 입장을 보이며 불협화음을 냈다. 예산안이 정책연대협의체 구성 이후 첫 공조 사안이었던 만큼 쉽게 섞일 수 없는 두 당의 다른 정체성을 여실히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책연대로 접점을 넓혀 선거연대를 모색한 뒤 ‘당 대 당 통합’을 추진하려 했지만 1차 단계인 정책연대부터 차질을 빚어 통합까지 상당한 험로가 예상된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는 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야당이 정부를 제대로 견제해야 할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잘못된 합의에 이르렀다”며 “특히 국민의당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으면서도 잘못된 합의안에 서명한 것을 분명히 지적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세연 바른정당 원내대표 권한대행 겸 정책위의장이 전날 여야 3당 원내대표의 예산안 합의안 발표 직후 본회의 부결 방침을 밝힌 데 이어 국민의당에 연이어 날을 세운 것이다. 공무원 증원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일자리안정자금 등 핵심 쟁점에서 엇박자를 낸 데 대한 불만의 표시다.
두 당은 예산안 심사과정에서 몇 차례 만나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여야 3당 협상에 영향을 미칠 만한 세부적인 이견 조율은 이뤄지지 않았다. 두 당이 예산안에서 공감대를 찾지 못한 채 미흡한 선에서 마무리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장 통합을 반대하는 호남계에서는 ‘정책연대에 실패했다’며 공세를 펼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박지원 전 국민의당 대표는 이날 한 라디오에서 안철수 대표와 관련해 “국정감사가 시작되는 때 지역위원장 사퇴, 예산투쟁을 앞두고는 통합의 물결에 휩싸여 시끄러운 100일을 보냈다”고 말했다.
여기에 통합을 밀어붙이는 안 대표도 ‘통합 투표 전당대회 추진설’에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안 대표는 지난 4일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12월 통합 추진설은) 개인 의견이다. 의견 수렴을 해보고 판단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아직 무용론을 펼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두 당의 정책연대가 시작된 지 얼마 안 돼 시간이 필요하고 바른정당이 비교섭단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