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무역 1조달러 회복에도 걱정이 앞서는 까닭

이달 중순쯤 우리나라의 연간 무역규모가 1조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3년 만의 교역규모 1조달러 회복이다. 제54회 무역의 날 기념식도 5일 ‘1조클럽’ 재진입을 눈앞에 두고 열려 최근 2년간 우울한 분위기에서 치러진 행사에 비해 활기가 넘쳤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직접 참석해 수출진흥에 힘을 쏟은 상공인들을 격려했다.


올해 수출전선은 외견상 더없이 좋았다. 11월까지의 수출 증가율은 16%를 넘었다. 이런 수출 호조에 힘입어 국가별 수출 순위도 세계 8위에서 6위로 올라섰다. 반도체를 비롯한 9개 주력 수출품이 잘 팔리면서 시장 점유율도 역대 최고인 3.3%를 기록했다. 올해 3% 경제성장률 달성이 무난한 것도 수출이 그나마 버텨준 측면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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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마냥 반길 처지가 못 된다. 무엇보다 반도체 ‘원톱 효과’가 너무 심하다. 2012년만 해도 9%에 불과했던 반도체 수출 비중은 올해 17%까지 치솟았다. 반도체 가격이 상승 곡선을 타고 있는 덕분이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이런 슈퍼사이클이 끝난다면 전체 수출에 치명타를 입는다는 의미다. 교역 1조달러 회복은 분명히 반가운 일이지만 엄밀히 따져보면 첫 1조클럽 가입의 금자탑을 쌓은 2011년 수준으로 회귀한 것일 뿐이다.

더구나 내년 수출 여건마저 호락호락하지 않아 여간 걱정스럽지 않다. 미국발 보호무역 기조는 점차 노골화하고 있다. 여기에 금리와 유가·원화가치 상승을 의미하는 ‘신3고’의 파고마저 한꺼번에 몰려온다면 설상가상이다. 반도체 경기가 끝물이라는 분석도 심상치 않다. 내수경기가 부진한 마당에 수출마저 꺾이면 성장엔진은 싸늘히 식을 수밖에 없다. 수출의 내수기여도가 예전만 못하지만 그래도 성장의 버팀목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수출지역 다변화와 중소·중견기업의 활로 개척에 정부 차원에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하지만 무엇보다 기업의 기를 살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의 투자와 혁신을 불러일으킬 정부의 리더십이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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