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8시55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인기 걸그룹 ‘마마무’가 무대에 오르자 조용하던 객석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마마무는 ‘나로 말할 것 같으면’의 신나는 멜로디에 맞춰 열정적이고 힘찬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마마무의 화려한 무대 매너에 젊은층은 물론 중장년층 관객도 아낌없는 박수로 화답했다.
매해 연말 기업인과 가족의 한해 노고를 격려하고 새해의 행복을 기원하기 위해 마련된 ‘제20회 기업인을 위한 서경 송년음악회’가 이날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 서울경제신문이 주최하고 서울경제 TV SEN이 주관한 이날 행사에는 영하의 강추위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의 발길이 이어져 2,500여석의 객석을 가득 메웠다. 쇼핑몰 운영자인 민병호(63)씨는 “1부·2부 할 것 없이 모두 완벽하고 훌륭한 공연이었다”며 “1년 묵은 체증과 스트레스가 다 날아가는 듯한 느낌”이라고 아낌없는 칭찬을 보냈다.
‘서경 송년음악회’는 각각 클래식과 대중음악을 대표하는 음악인들이 한데 모이는 크로스오버 무대의 대명사로 잘 알려진 행사다. 올해도 서경 송년음악회는 이름만으로도 관객의 귀를 쫑긋 세울만한 1급 아티스트들을 대거 초청해 다사다난하고 고단했던 일상에 지친 이들의 마음을 선율의 힘으로 치유했다.
1부는 지휘자 방성호가 이끄는 트리니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경쾌하고 힘찬 멜로디의 약동이 느껴지는 ‘루슬란과 루드밀라’ 서곡으로 막을 올렸다. 이어 소프라노 강혜정이 로맨틱한 보이스로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 가운데 ‘꿈속에 살고 싶어’를, 바리톤 우주호가 묵직한 목소리로 ‘이룰 수 없는 꿈’(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의 일부)를 노래하자 객석의 분위기가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발라드와 댄스음악, 트로트가 어우러진 2부 무대가 시작되면서 관객의 반응도 점점 뜨거워졌다. ‘맨발의 디바’ 이은미가 ‘녹턴’과 ‘서른 즈음에’를 열창하자 감성에 젖어든 청중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그리고 이은미는 관객을 위한 선물을 준비했다는 듯 예정에 없던 ‘너를 위해’와 ‘애인 있어요’를 노래했다. 이에 일부 관객들은 휴대전화로 아름다운 빛의 물결을 만들어 고마움을 표시했고 어떤 청중은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뒤이어 4인조 걸그룹 ‘마마무’가 무대에 오르자 공연장을 찾은 팬들이 기다렸다는 듯 휘파람을 불어대며 흥을 돋웠다. 그룹 멤버인 솔라·문별·휘인·화사는 청중의 뜨거운 호응에 덩달아 신이 난 듯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데칼코마니’, ‘음오아예’ 등 3곡으로 마음껏 끼와 매력을 발산했다. 피날레를 장식한 것은 트로트 가수인 장윤정. 간드러진 목소리로 ‘꽃’을 부르자 객석의 흥겨움도 최고조에 달했다. 장윤정은 애초 계획된 세 곡의 노래를 다 들려준 후에도 ‘앵콜’을 연발하는 관객들의 성원에 ‘사랑아’, ‘짠짜라’ 등 두 곡을 더 열창했다. 마지막 곡의 멜로디가 끝나자 객석에는 두 시간 동안 좋은 공연을 즐겼다는 만족감과 자리를 떠야 한다는 아쉬움이 교차했다. 올해로 벌써 네 번째 서경 송년 음악회를 찾았다는 정미성(53)씨는 “올 한해 몸과 마음이 지쳐 있었는데 심신을 어루만져주는 음악을 들을 수 있어 너무 좋았다”며 “해를 거듭할 수록 프로그램이 더 알차지는 듯한 느낌”이라고 미소 지었다.
사진=권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