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김대환 칼럼] 外憂內患<외우내환>

인하대 경제학과 명예교수·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장

북핵위협 점증·동북아질서 요동

통상파고 등 외풍 몰아치는 때

정책이견도 적폐로 모는 文 정부

경청에 힘써 外憂 적극 대응할때

김대환 전 노사정위원장




본디 ‘나라 안팎의 여러 가지 어려움’을 뜻하는 사자성어는 ‘내우외환(內憂外患)’이다. 구태여 어순을 바꿔 ‘외우내환’이라고 한 것은 이 말이 지금 현재 우리의 처지를 보다 적확하게 나타내준다고 생각한 때문이다.


무엇보다 북한의 빈번해진 탄도미사일 도발로 핵 위협이 점증하는 가운데 이를 비호하는 중국의 세찬 ‘굴기(?起)’로 기존의 동북아 국제질서가 요동치고 있으며 정치경제적으로 한미일 관계도 예전 같지 못해 염려스럽다. 그리하여 북핵 문제를 둘러싼 관련국들의 이해관계가 자칫 우리의 안보를 부차적인 것으로 밀쳐버릴 우려를 떨쳐버리기가 쉽지 않다. 어떤 ‘전문가’는 북한이 핵무기를 갖더라도 실제로 사용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안심시키려 하지만 핵무기는 사용보다 위협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사실은 우려를 거둘 수 없게 한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나라 바깥 사정이 녹록지 않다. 반도체 경기의 활황 등에 힘입어 올해 경제성장률이 3%를 넘어설 것이라는 소식이 있지만 해외 경기 회복은 그다지 오래가지 못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수출 의존적인 우리 경제의 전도가 밝지만은 못하다. 필수불가결한 구조개혁이 소위 ‘소득주도’에 눌려 있는 상태에서 혁신은 기껏해야 기술적 차원에 머무르기가 십상이어서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의 파고가 만만치 않고 최대의 수출시장인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같은 행태도 끝난 것이 아니다. 중국 효과가 중국 쇼크로 바뀔 것은 이미 예상된 바이다.


나라 바깥의 변화가 우리에게 외우(外憂)로 다가오는 것은 그러한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탓이 크다. 변화에의 대응은 스스로의 변화를 통해서만 이뤄진다. 시대와 상황의 변화에도 스스로 변화하지 못하고 서로 남 탓만 하는 내환(內患)이 문제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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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우리는 탄핵정국을 거쳐 ‘불통’과 ‘진영’ 정부를 중도 하차시키고 현 정부를 출범시켰다. 전 정부를 반면교사로 삼아 스스로의 변화를 통해 ‘정부다운 정부’가 ‘나라다운 나라’로 이끌어주기를 바라며 기대가 컸던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불통을 소통으로, 진영갈등을 국민통합으로 멋지게 바꿔줄 것을 바라고 응원하면서 올해의 마지막 달에 이른 것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현시점까지 기대했던 스스로의 변화는 찾아보기 힘들다. 소통은 외형적인 이미지 구축의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못해 정작 경청에는 소홀했다. 이견의 대부분을 진영논리로 받아치는 가운데 숨 가쁘게 쏟아낸 다분히 인기영합적인 정책은 부메랑이 돼 돌아와 있다. 내각이 구성되기도 전에 청와대가 큼지막한 정책과 재정 지원을 약속해놓아 내각은 뒤치다꺼리에 바쁜지 도무지 일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의 ‘만기친람’ 폐단을 반면교사로 삼기는커녕 ‘준비된’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부메랑을 날린 것 아닌가 한다. 위중한 외교안보 분야에서 나타난 정부 안팎의 엇박자도 이에 기인한 것이지 남 탓할 것이 못 된다.

진영논리는 인사와 정책만이 아니라 적폐청산과 결합돼 오히려 더 강화된 느낌이다. 전 정부와 달리 은밀하지 않고 ‘당당한’ 것은 변화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미 지적했듯이 인사 과정에서 드러난 ‘내로남불’의 내환은 더욱 깊어져 근심하지 않을 수 없다. 정책을 진영논리로 접근해 밀어붙이는 방식은 별로 변한 것이 없다. 진보 여부를 떠나 정책에는 정책논리가 있다. 정책에 대한 지적을 경청하기는커녕 적폐청산이나 진영논리로 ‘겁박’하는 것은 익히 보던 적폐이며 좀 지나면 부메랑이 돼 돌아올 것이어서 걱정이다.

“정직한 이견은 진보를 위한 건강한 신호다.” ‘위대한 영혼’ 마하트마 간디의 가르침이다. 이견에 대한 겁박은 물론 ‘떼 공격’이 근절되고 독선이 경계돼야만 외우내환을 헤쳐나가는 ‘진보’의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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