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부정 청탁 목록’에 새 아이템을 올렸다. 갤럭시 스마트폰을 의료기기 규제에서 풀어달라는 청탁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청탁 내용대로 심박수·산소포화도 등을 측정하는 모바일 의료용 애플리케이션(앱)을 의료기기에서 제외하도록 해 까다로운 규제를 벗어날 수 있도록 ‘특혜’를 베풀었다는 게 특검 주장이다. 특검은 지난 4일 서울고법 형사13부(정형식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 항소심에서 관련 증거를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특검이 내놓은 증거는 빈약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 S5와 갤럭시 노트4를 출시했던 2014년 당시 모바일 의료용 앱에 대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규제 변화를 보도한 언론 기사들이 대다수다. 식약처가 삼성전자에 유리하도록 관련 고시를 전격 개정해 모바일 의료용 앱을 의료기기 규제에서 풀어준 점을 비판한 기사도 몇몇 있었다. 이는 현실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 중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 해당 현안을 청탁했다는 증거는 법정에서 드러나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모바일 의료용 앱을 의료기기 규제에서 풀어준 사실을 ‘부정 청탁’으로 규정하는 특검의 자세다.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삼성전자가 갤럭시 S5를 의료기기 규제에서 풀어달라고 식약처에 요청했다고 한들 과정이 위법하지 않다면 이것은 기업의 정당한 규제 개선 건의에 해당한다. 박 전 대통령이 의료용 앱의 의료기기 규제 해소를 머뭇거리는 식약처를 질타했다고 해도 그 역시 그의 권한을 넘어서지 않았다면 부당한 특혜로 단정할 수 없다. 박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바이오 산업 활성화를 위한 규제개혁 위원회를 열어 공개석상에서 의료용 앱의 규제 안건을 논의했다.
특검은 모바일 의료용 앱에 대한 규제 개선이 “이 부회장의 승계 현안과 무관하지 않다”며 공소장에도 관련 내용을 추가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구체적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특검이 삼성의 일반적 규제 개선 건의마저 부정 청탁으로 묶어버린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다음은 재판장인 정 부장판사의 의견이다. “공소사실에 포함되지 않은 것까지 포괄적 경영권 승계 현안이라 한다면 삼성의 모든 현안이 공소사실에 포섭될 수 있어서 너무 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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