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스크린 주연작인 이번 영화에서 손수현은 그리움에 목말라 있던 손님들 사이로 우연히 등장한 비밀스러운 여인 ‘주영’으로 등장한다. 우연히 방문한 막걸릿 집에서 지낼 곳이 있는지 물어보며 처음 만난 사람에게도 구김살없이 대하는 모습, 애써 숨겼던 감정을 쏟아내는 등 영화 속 모습들은 특별한 대사 없이 전해지는 감성 만으로 스토리를 보다 입체적으로 보이게 한다.
손수현은 시나리오를 받고 “악의 없이 누군가를 순수하게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마음들이 전해져서 끌렸다”고 했다. “상실을 경험하고 분노, 반항심, 사랑이란 마음을 가지고 있는 주영의 그리움에 대해 생각했다. 우리는 서로 다른 곳에서 다른 모습으로 또 다른 삶을 살고 있지만 ‘그리움’이라는 마음은 같은 모양으로 존재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 감정들을 극 안에 잘 담아내고 싶었다.”
순수한 그리움은 아름답기도 하지만, 때론 슬프게 다가오기도 한다. 마을 사람들 속에 자리한 이방인 주영이 감정은 그들과는 다소 다르다. 이에 대해 손수현은 “그리움을 기반으로 하는 건 같지만 서툴다는 점에서 달랐다고 할까. 그런 주영의 감정이 와 닿았다”고 표현했다.
영화의 중심을 지탱해주고 있는 변사장 역 김유석과의 연기 호흡도 일품이다. 포스터를 보고선, 누군가 ‘말년에 찾아온 사랑’이란 말도 했다고 한다. 영화의 스포가 될 것 같아 자세한 설명은 할 수 없지만, 영화 속에서 김유석, 손수현은 ‘사랑’ 그 이상의 관계를 보여준다.
주영이 방황을 하고 막걸릿집으로 돌아가는 장면에서, ‘변 사장’은 다른 이유를 묻지 않고 ‘밥 먹었냐’고 물어본다. 손수현이 좋아하는 장면이라고 밝힌 이 장면에서, 배우는 “진짜로 눈물이 계속 날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유석 선배님이 눈을 자주 바라봐주셨다. 제가 낯을 가려서 평소에 사람 눈을 잘 못 보는데, 편하게 또 슬프게 바라봐주셨다. 그 다음으로 밥을 먹는 장면을 찍어야 해서 촬영상 울면 안 되는데, 보면 눈물 날 것 같아 연기 하기가 힘들더라.”
배우에게 최고의 칭찬은 ‘눈빛이 좋다’는 말이다. 선배에게 감히 “칭찬을 어떻게 하겠냐”며 겸손한 모습을 보인 손 배우는 “현장에서 선배님 눈빛을 보는 게 무서울 정도였다”고 털어놨다.
“진짜로 무서워서 무서운 게 아니였다. 역할 상 선배에게 각을 세워야 하는데 선배 눈을 보다보면, 각이 더 보여질 것 같은 신기한 경험을 했다. 선배랑 연기를 하면서 많이 배웠다.”
인터뷰 자리에 함께 있던 김유석은 “수현이가 우리 영화를 살렸어요”라며 아낌 없는 칭찬을 보여줬다.
드라마 ‘블러드’를 같이 하면서 후배의 존재를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나누진 못했다고 한다. 이번 영화작업을 하면서 손수현이란 배우의 매력을 제대로 알게 된 것.
“이 친구가 가진 매력이 다양하더라구요. 섬세해요. 굉장히 덜렁거리는 것 같은데 섬세하고, 여린 듯 하면서도 심지가 있어요. 강한 듯 하면서 부드러운 배우죠.”
선배의 칭찬에 어쩔 줄 몰라하던 수현은 “제가 FM 바른 생활소녀라 애교가 없다”고 말했다. 손수현은 사람을 대하는데 있어 조심스럽게 대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스스로도 “할 말이 있을 때 정직하게 그대로 물어보는 편이다”고 했다. 이에 선배 김유석은 “내가 봤던 애교는 어디서 나온거야. 막걸리 먹고 나왔나?”고 말해 취재진을 웃게 만들었다.
어린시절부터 아쟁을 배운 손수현은 이화여대 국악과를 나와 그룹 빅뱅 멤버 대성의 ‘우타우타이노발라드’ 뮤직비디오로 데뷔했다. 이듬해 제9회 아시아모델상시상식 CF모델상을 수상하며 주목 받는 유망주로 떠올랐다. 이후 영화 <신촌좀비만화>, <오피스>, 드라마 [블러드] 등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며 배우로서 입지를 다져왔다.
연극 [무인도 탈출기]로 무대에 도전장을 내밀며,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완성해나간 데 이어, 최근엔 최장수 시즌제 드라마 tvN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16]로 브라운관 활약을 이어간다.
4년이란 시간 동안 천천히 성장한 손수현은 점점 연기에 대한 고민이 많아진다고 했다. 스스로 ‘내가 편협 했구나’란 생각을 하게 되기도. 그럼에도 “예전 선택에 대해 후회하지 않으려 노력중이다”고 밝혔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됐어요. 작품을 많이 하지는 않았지만 어떤 캐릭터를 만날 때, 그것이 제가 아닌 그 인물의 삶을 보여줘야 하잖아요. 그걸 이해하는 게 힘들 때가 많았어요. 그냥 그런대로 그 사람을 인정하면 되는데, 쉽지 않아요. 제가 많이 부족하기 때문이겠죠.
연기는 제가 하는 거잖아요. 제가 사람을 바라보고,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고스란히 연기에 드러나겠구나. 막연하게 들어요. 그래서 요즘에 있는 그대로 보고 느끼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연기 역시도 저에 대한 이야기 인 것 같아요.“
손수현은 ‘돌아온다’는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의 또 다른 의미를 담고 있다고 했다. 그렇기에 “돌아와도, 돌아오지 않아도...우리는 살아가고 있다”는 의미를 담은 영화이다는 뜻이다.
“우리 영화는 대화를 하면서 위로를 받는 느낌을 준다고 할까.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는 이런 뉘앙스의 영화이다. 어떤 사람들이 연대하면서 더 나아질 수 있는 과정과 그런 이야기를 담고 있다. 보듬고 위로하고 위로 받는 시간이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순간이 될 수도 있지만, 1시간 30분 동안이라도 그동안 잊고 지냈던 어떤 감정이라도 꺼내보셨으면 좋겠다. 사람에 대한 그리움 만이 아닌 살아가면서 소중하게 여기는 그런 감정들, 혹은 그 어떤 것이라도 돌아볼 수 있는 영화이다. ”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