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새해 예산안을 처리하자마자 선거구제 개편을 둘러싼 입법전쟁에 새롭게 돌입했다. 예산안 협의 막판 ‘찰떡 공조’를 보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논의를 본격화할 계획인 반면 자유한국당은 ‘예산-선거구제 개편 밀실 야합’을 주장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개헌·선거구제 개편과 주요 정책과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12월 중 임시국회를 소집할 계획이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예산 국회가 일단락됐고 다음은 민생입법 국회”라며 “어렵게 마련된 예산이 민생회복 동력으로 작용하도록 법과 제도 개선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르면 다음주 선거구제에 대한 당내 의견을 듣는 의원총회를 열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계획은 새해 예산안 협의 마무리 단계였던 지난 4일 우 원내대표와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조찬 회동을 하면서 본격화됐다. 두 원내대표는 선거구제 개편을 추진하기로 합의하며 예산안 타결의 물꼬를 텄다. 국민의당은 9월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인준 논의 과정에서도 선거구제 카드를 꺼내며 협상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당시 국민의당 일각에서는 “선거구제 개편만 합의하면 민주당의 핵심 정책을 다 합의해줄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국민의당이 선거구제 개편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것은 현행 소선거구제로는 다당제를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소선거구제는 투표를 통해 1등만 당선되기 때문에 거대 양당에 유리하다. 하지만 국민의당이 주장하는 중대선거구제와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소수정당의 국회 진출 가능성을 넓히는 제도다. 중대선거구제는 지역구 크기를 넓혀 한 선거구에서 2명 이상의 의원을 뽑는 방식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별 득표율에 비례해 각 정당 의석수를 할당하고 지역구 의석수를 뺀 숫자를 비례대표로 배분하는 제도다. 현재 국회에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4건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1위 득표자가 아니더라도 의석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면 제21대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생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민주당으로서도 호남 의석을 국민의당이 일부 가져가더라도 영남 의석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긍정적인 분위기다.
반면 한국당은 원내 의석이 줄어들 수도 있다는 판단에 선거구제 개편과 관련해서는 줄곧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6일 오전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예산안과 개헌·선거구제 끼워 팔기는 구태 중의 구태”라고 비판했다.
또 발의된 연동형 비례대표제 법안이 모두 의원 정수를 현행 300명보다 더 늘리는 것을 전제하고 있어 논의 과정에서 국민적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