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포세 탄타 포르자 넬 투오 쿠오레(Chi pose tanta forza nel tuo cuore·무엇이 너의 마음에 이런 힘을 주는 것이냐)”
아름답지만 사랑을 모르는 얼음공주 투란도트 역의 소프라노 리즈 린드스트롬의 목소리가 리허설룸을 꽉 채웠다. 병사들에게 잡혀 온 칼라프 왕자의 하녀 류(소프라노 서선영)는 투란도트의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프린세사 라모르(Principessa, l‘amore·공주님 그것은 사랑입니다)’
대답을 들은 투란도트는 돌아서더니 ‘라모르?(l‘amore?)’를 읊조리며 생각에 잠긴다.
5일 찾은 서울 예술의전당 음악당 리허설룸. 오는 9일 공연하는 예술의전당 콘서트 오페라 ‘투란도트’의 주역이자 ‘현존하는 최고의 투란도트’로 꼽히는 소프라노 리즈 린드스트롬이 스티븐 카르 연출, 줄리안 코바체프 지휘자와 함께 3막의 동선과 연기 포인트를 점검하고 있었다. 전 작품을 통틀어 투란도트가 노래하는 장면은 다른 인물들에 비해 적지만 린드스트롬이 남긴 인상은 강렬했다. 보통 투란도트는 카리스마 넘치는, 강인한 인물로 묘사되지만 린드스트롬의 투란도트는 얼음장 같은 차가움 속에 인간적인 면이 드러난다. 린드스트롬은 “공포스럽고 차가워 보이는 투란도트가 사실은 인간적이고 열정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나의 과제”라며 웃었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라 스칼라, 런던 코벤트 가든 로열 오페라 등 세계 유수의 오페라 극장에서 150회 이상 투란도트 무대에 오른 만큼 린드스트롬은 연습 내내 여유가 넘쳤다. 짬이 날 때마다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이거나 춤을 추며 박성규 테너(칼라프 역), 서선영 소프라노(류 역) 등 동료 성악가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특히 박성규 테너와 린드스트롬은 지난 7월 영국 런던 코벤트가든 로열 오페라의 투란도트에서도 같은 배역으로 호흡을 맞춰 더욱 각별했다. 이 작품에서 칼라프 왕자는 그를 사랑하다 끝내 자결하는 류와 함께 투란도트 공주에게 사랑의 가치를 일깨워주는 인물이다.
보통 콘서트 오페라는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게끔 성악가들의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소품이나 의상, 조명 없이 무대를 꾸미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 무대는 다르다. 린드스트롬은 “콘서트 오페라는 음악과 드라마에 집중할 수 있어 오페라보다 훨씬 인간적인 성악가를 만날 수 있다”며 “특히 이번 무대는 3D 영상으로 마치 완성된 오페라를 보는듯한 무대에 배우들의 실감 나는 연기가 더해져 보는 즐거움까지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린드스트롬이 말하는 투란도트의 매력은 보편성이다. 그는 “두려움 없는 영웅 칼라프, 순수하고 헌신적인 사랑을 보여주는 칼라프, 자신의 공격성이 최고의 무기라고 여겼지만 끝내 순수함과 연약함이 인간이 가진 가장 큰 힘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투란도트까지 모든 캐릭터가 우리의 모습 일부를 보여준다”며 “이미 40여 개 이상의 다른 프로덕션으로 투란도트를 연기했지만 언제나 이 작품에선 새로운 점을 발견하게 된다”며 웃었다. 9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