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잠깐 단독주택에 살았는데 마당에서 강아지와 놀던 기억, 다락방에 숨어 장난쳤던 기억이 아직도 강렬하게 남아 있어요. 이후 오랫동안 살았던 아파트에 대한 기억이라곤 네모난 방뿐입니다. 제 아이에게 어린 시절 좋은 추억을 남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고 싶어 집 짓기를 시작했습니다.”
평범한 회사원인 손창완(34)씨는 아내가 임신했다는 소식을 들은 뒤 단독주택을 짓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리고 4년 만에 판교신도시에서 내 집 짓기에 성공했다. 집 짓기 관련 최대 인터넷사이트인 ‘실전건축대학’을 운영하고 있으며 그간의 시행착오와 축적된 정보를 토대로 이번에 아예 ‘건축주만 알려줄 수 있는 집짓기 진실’이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했다.
손씨는 지난 4년간 ‘드림하우스’를 짓기 위해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 멋모르고 경치가 너무 좋아 전원주택지를 덜컥 계약한 것이 고생의 시작이었다. “땅도 널찍하고 경치도 너무 좋아서 수영장·그네 설치 등 상상의 나래를 마구 펴며 설계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보면 볼수록 병원도 멀고 기반시설도 갖춰져 있지 않아 도저히 어린아이를 데리고 살기는 어렵다는 판단을 뒤늦게 하게 됐지요. 너무나 좋은 경치에 가려져 보지 못했던 현실을 뒤늦게 깨닫고 땅을 팔았습니다.” 무용지물이 된 설계에 든 수천만원은 비싼 수업료였다.
손씨는 “초짜 건축주가 제일 범하기 쉬운 오류가 멋진 경치의 시골 땅을 찾고 거실이 뻥 뚫리고 넓기만 한 집을 짓는 것”이라며 “‘으리번쩍한’ 집이 아닌, 우리 가족에게 맞춤옷처럼 딱 맞는 실속있고 합리적인 집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고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손씨는 3년간 주말마다 도심지의 땅을 찾아다녔다. 조금이라도 싸게 사려고 경매까지 시도했으나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둘째를 임신한 아내가 너무 힘들어해 결국 다 포기하고 판교에 20평대 아파트를 계약했다. “막상 아파트를 보러 갔더니 그동안 보고 다녔던 집과 땅이 주마등처럼 스치면서 ‘도저히 이런 획일적인 공간에서는 못 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건 아니다 싶었어요. 그래서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판교에서 제일 싼 땅을 찾아갔는데 눈이 번쩍 뜨였어요.” 남향이 아닌데다 마름모꼴이어서 값이 쌌지만 단독주택의 경우 창을 사방으로 낼 수 있기 때문에 향은 상관이 없었다. 마름모꼴은 오히려 재미있는 마당이 되겠다 싶었다.
부족한 공사비는 장모님과의 합가로 채우기로 했다. 대신 ‘캥거루 주택’으로 설계했다. 별도의 부엌·거실·화장실을 만들어 2세대가 한집에 따로, 또 같이 사는 것이다.
이외에도 설계에 손씨 가족의 취향을 십분 반영했다. 실내차고를 부엌 옆에 배치에 비에 젖지 않고 차를 타고 내릴 수 있게 했으며 장 본 물건도 쉽게 옮길 수 있도록 했다. 자동차 엔지니어인 손씨에게는 밥을 먹으면서 차를 볼 수 있다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아이를 위해서는 설계자에게 도서관 같은 집을 주문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과 2층 벽면 전체를 책장으로 만들었다. 손씨는 “TV를 많이 보던 큰딸이 이사 와서는 책 보는 시간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손씨는 비전문가인 일반인이 큰 스트레스 받지 않고 집을 잘 지으려면 전문가들의 도움을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손씨는 “집은 인생에서 가장 큰 소비, 제일 크게 ‘지르는’ 일이니 당연히 잘 알아보고 해야 한다. 그러나 직접 자재나 설계에 대해 공부할 필요는 없다. 좋은 설계자와 시공자 등 전문가를 잘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