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홈쇼핑·GS홈쇼핑 등 대기업 계열 홈쇼핑 업체가 자신이 회장·명예회장으로 있는 한국 e스포츠협회에 수억원의 후원금을 내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검찰이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8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신봉수)는 이날 전 전 수석에 대해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뇌물·형법상 뇌물수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전 전 수석은 롯데홈쇼핑으로부터 자신이 명예회장을 지낸 e스포츠협회에 3억여 원을 후원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실제로 롯데홈쇼핑은 지난 2015년 7월 e스포츠협회가 주관하는 대회에 3억3,000만원을 후원했다. 전 전 수석은 롯데홈쇼핑 측에서 700만∼800만원 대의 기프트카드 등을 받아 가족 등이 쓰게 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전 전 수석이 GS홈쇼핑에도 금품을 요구했다는 단서를 잡고 조사를 벌였다. GS홈쇼핑은 2013년 e스포츠협회에 1억5,000만원을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허태수 GS홈쇼핑 대표도 뇌물공여 혐의 피의자로 입건했다.
검찰은 홈쇼핑 업체가 e스포츠협회에 후원금을 낸 배경에는 당시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으로 채널 재승인 등 업계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위치였던 전 전 수석의 입김이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즉, 대가성 있는 뇌물이라는 판단이다.
전 전 수석은 또 기획재정부가 정부 예산 20억원을 e스포츠협회에 배정하도록 압력을 넣은 직권남용 혐의도 받고 있다. 전 전 수석은 정무수석으로 재직할 당시 협회 간부들을 청와대로 불러 보고를 받고, 그 자리에서 기재부 간부에게 전화를 걸어 압력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기재부 관련자에 대한 조사도 진행한 바 있다.
검찰은 앞서 지난달 22일 롯데홈쇼핑 제3자 뇌물수수 의혹을 중심으로 전 전 수석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지난달 25일 “피의자의 범행 관여 여부와 범위에 관하여 다툴 여지가 있다”면서 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은 당시 법원의 설명을 납득하기 어렵다며 영장 재청구 의사를 밝히고 보강조사를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