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정치권에 따르면 20대 국회 쟁점 법안들 대부분이 국회 문턱을 넘는 데 실패했다.
규제 개혁 법안 중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규제프리존법과 서비스발전기본법이다. 규제프리존법은 수도권을 제외한 14개 시도별로 전략산업을 지정해 관련 규제를 없애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동안 더불어민주당은 법안에 대해 강하게 반대해왔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독소조항을 제거한 대안입법을 고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비공개 당정청 회의에서 청와대 참석자들이 우려를 표하자 다시 수면 아래로 논의가 가라앉았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의료와 교육 분야를 넣을 것인지를 놓고 몇 년째 공방만 이어지고 있다. 법안은 의료와 관광·교육·금융 등 서비스 산업을 육성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의료 민영화를 초래할 수 있다며 맞서고 있다.
금융 분야 규제 철폐도 시급하다. 이미 인터넷 전문은행이 출범했지만 관련 규제 개혁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실현될지 불투명해 ‘반쪽짜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터넷 전문은행의 경우 은행법과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이 국회 정무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두 법안 모두 은행 지분을 10%까지만 보유(의결권 4%)할 수 있도록 규정한 은산분리를 완화하는 내용이다. 은산분리는 산업자본이 은행을 사금고처럼 이용하는 부작용을 막는 규제 장치다. 하지만 인터넷 전문은행의 핵심 주주인 정보통신기술(ICT) 업체들의 혁신을 가로막는다는 문제가 지적된다. 반대 입장이 강경한 민주당 내에서도 혁신을 위해 은산분리를 완화할 필요성이 있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정무위의 민주당 소속 의원은 “인터넷 전문은행에 한해 길을 열어주고 부작용을 방지할 수 있는 장치를 법에 마련하면 된다”면서도 “당내 반대가 강해 연내 다시 논의될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규제 개혁과 마찬가지로 문재인 정부의 핵심 추진 정책도 국회에서 제동이 걸렸다.
주당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지난달 23일 여야 3당 잠정합의안까지 나왔지만 약 일주일 뒤 다시 무산됐다. 이 과정에서 이미 합의가 끝난 특례 업종 축소까지 처리가 기약 없이 뒤로 밀렸다.
민주당이 12월 임시국회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할 계획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법과 국가정보원 개혁법의 경우 의견 대립으로 사실상 통과가 불투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