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경찰팀24/7-관광경찰대] 치안서 통역·숙소문제 해결까지..."해외서 더 유명해요"

서울·부산·인천서 153명 활동

택시요금 바가지 민원도 해결

중국어·아랍어 등 7개국어 소통

외국인 관광객들에 높은 인기

평창올림픽에도 파견 활약 기대

외근 많아 경찰내선 비선호 부서

지난 6일 서울 명동에서 관광경찰대 소속 경찰관이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길을 안내해주고 있다. /송은석기자지난 6일 서울 명동에서 관광경찰대 소속 경찰관이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길을 안내해주고 있다. /송은석기자




“한궈징차쭈이방(한국 경찰 최고예요).”


지난 6일 오후3시께 서울 중구 지하철 4호선 명동역 7번 출구 앞. 중국인 한 무리와 경찰 간에 대화가 한창 오갔다. 경찰관은 면세점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에게 유창한 중국어 실력으로 길 안내와 중국어로 된 관광안내책자까지 전달했다. 올해 3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갈등으로 한한령(限韓令)이 내려진 지 9개월 만에 다시 한국을 찾은 중국 단체 관광객(유커)을 제일 먼저 반갑게 맞이한 것은 한국의 경찰이었다. 관광객들과 대화를 나눈 경찰관은 서울지방경찰청 관광경찰대 소속 중국어 담당 경찰관. 이날 명동을 비롯해 서울 주요 관광지에서 접수된 외국인 관광객 민원은 길 안내부터 여권 분실, 통역 요청, 숙소 불편 신고까지 다양했다.

관광경찰대는 국내 주요 관광지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사소한 민원 업무부터 치안까지 외국인과 관련된 각종 업무를 전담한다.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만 활동하기 때문에 국내에 관광경찰관이 있다는 사실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다. 관광경찰대는 2013년 10월 서울을 시작으로 이듬해 7월 부산·인천으로 확대 설치됐다. 명동·동대문·이태원 등 서울에만 여섯 곳에서, 지방에는 부산과 인천 두 곳에서 총 153명이 활동하고 있다. 관광지마다 외국인 관광객들의 국적이 다양한 만큼 관광경찰대 소속 경찰관들은 영어·중국어·일본어 외에도 베트남·아랍어·태국어·스페인어까지 7개 국어로 소통할 수 있는 인력들로 구성돼 있다.


외국인 관광객의 사건·사고를 전담하는 수사 파트도 관광경찰대 내에 별도로 마련돼 있다. 관광경찰대 수사관들은 외국인을 상대로 한 사건이 발생하면 일반 경찰과 동일하게 현장에 투입된다. 바가지요금 택시, 불법 숙박 업소, 성형외과 불법 알선 브로커 등에 따른 외국인 관광객 피해를 전담한다. 실제 올 9월 이태원에서 술에 취한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수천만원의 술값을 바가지 씌운 업주 등이 관광경찰대에 적발되기도 했다. 올 7월 동대문시장에서 의식을 잃고 길바닥에 쓰러진 중국인 관광객을 응급조치해 생명을 구한 주인공도 관광경찰이었다. 서울청 관광경찰대 순찰팀장인 송순일(46) 경위는 “매일 현장에서 길 안내부터 택시요금 바가지, 여권 분실, 숙소 문제까지 다양한 민원이 들어온다”며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한 지구대나 파출소 역할을 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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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관광경찰은 해외에서 더 유명하다.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면서 관광경찰을 찾는 이들도 늘고 있다. 무엇보다 해외에서 만난 경찰관이 자국어로 응대한다는 사실에 외국인 관광객들이 높은 만족감을 보이고 있다. 실제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2016년 외래관광객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여행에 대한 만족도 중에서 치안이 92.5%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외국인 관광객의 치안 만족도는 △2012년 86.2% △2013년 87.2% △2014년 90.0% △2015년 90.9%로 매년 높아지는 추세다. 그만큼 한국을 방문한 관광객에게 한국 경찰은 높게 평가되고 있다. 관광경찰은 112를 통한 신고 외에도 관광통역안내전화 1330번을 통해서도 지원받을 수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관광경찰은 올해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또 한번 빛을 발할 것으로 기대된다. 평창·강릉·정선 등 경기장과 인근 관광지를 중심으로 대테러·경비 인력과는 별도로 순찰과 안내 등을 위해 20여명이 파견될 예정이다. 관광경찰은 2015년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등에도 파견돼 각국 선수단의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관광경찰은 이런 활동을 통해 한국의 이미지를 전 세계에 알리는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실제 최근 관광경찰이 의경으로 복무 중인 아이돌 가수를 모델로 제작해 무료 배포한 관광안내책자는 동남아시아 팬들 사이에 현금으로 거래되기도 할 정도다. 송 경위는 “관광경찰을 한번 겪은 외국인 관광객일수록 다시 찾는 경우가 많다”며 “경찰 업무가 아니더라도 한국을 대표한다는 생각에 대부분의 요청에 친절하게 응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경찰관들 사이에서 관광경찰은 힘든 보직으로 꼽힌다. 상대적으로 외근이 많고 외국인 관련 민원과 단속 업무도 2014년 4,091건, 2015년 9,045건, 2016년 1만751건으로 매년 늘어나고 있지만 인력은 150여명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의무경찰이 인력의 3분의1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오는 2023년 의경제도 폐지가 예정돼 이에 대한 대책 마련도 시급한 상황이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유커가 본격적으로 다시 한국을 찾기 시작하면 현재 인원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치안과 민원 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해 하루빨리 증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최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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