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지옥의 문 열렸는데”··백악관서 '유대교 축제' 즐긴 트럼프

예루살렘 수도 인정 폭탄 선언 다음날 ‘하누카 축제’ 행사

“오늘은 특히 특별한 날” 유대교 랍비 "트럼프 용감"

親 트럼프 성향 정치인만 초청해 뭇매

트위터에 “다른 대통령과 달리 난 공약 지켜” 자화자찬

예루살렘과 팔레스타인에서 ‘유혈충돌’ 시작돼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유대교 명절 ‘하누카’ 축하행사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DC=EPA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유대교 명절 ‘하누카’ 축하행사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DC=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트럼프(왼쪽)와 사위 제러드 쿠슈너가 7일(현지시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유대교 명절인 ‘하누카’ 축하행사를 즐기고 있다. 기독교인이던 이방카는 남편인 쿠슈너를 따라 유대교로 개종했다. /워싱턴DC=EPA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트럼프(왼쪽)와 사위 제러드 쿠슈너가 7일(현지시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유대교 명절인 ‘하누카’ 축하행사를 즐기고 있다. 기독교인이던 이방카는 남편인 쿠슈너를 따라 유대교로 개종했다. /워싱턴DC=EPA연합뉴스


전날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한다고 공식 선언하면서 ‘지옥의 문’을 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유대교 명절인 하누카(Hanukkah) 파티를 주재하면서 자신의 결정을 자화자찬해 도마에 오르고 있다.


폴리티코와 더힐,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저녁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하누카 축하 행사에서 “하누카는 전세계 유대인 가족들이 과거의 기적과 미래의 약속을 기념하는 날”이라며 “여기 서서 이스라엘 사람들과 우리의 지속적인 관계를 연장할 수 있어 자랑스럽다”는 말로 운을 뗐다. 이어 “지금 나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리고 이스라엘 전체와 예루살렘 대부분 지역의 사랑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며 “이 방에 행복한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특히 특별한’ 날로 기록에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대인들은 12월이 되면 8일간의 하누카를 즐긴다. 기원전 165년경 외세의 공격으로 성전을 빼앗겼던 이스라엘이 얼마 후 이를 재탈환해서 하나님께 바친 것을 기념하는 날을 의미한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예루살렘 수도 선포”로 전 세계가 벌집을 쑤셔놓은 듯이 혼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또 다시 자화자찬을 하는 연설을 했다는 점이다. 초청한 인사들조차 종교 축제와는 거리가 먼 ‘친(親) 트럼프 인사’들로 꾸려졌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백악관은 하누카 축제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인 야당이나 유대교 지도자들을 모두 초청대상에서 제외했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이자 유대인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 쿠슈너와 결혼하면서 유대교로 개종한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유대인 공화당 하원의원인 리 젤딘(뉴욕), 데이비드 쿠스토프(테네시) 등 우호적인 인사 수백명을 참석시켰다. 유대교 성직자인 야코프 솔로베이치크와 홀로코스트 생존자 루이즈 로런스 등도 자리했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폭탄 발언으로 국제사회가 혼란에 빠진 것과는 무관한 듯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뒤에는 박수와 환호만이 넘쳤다”고 꼬집었다. 솔로베이치크는 전통 기도를 올리며 “이스라엘이 건국한 이래 처음으로‘ 이스라엘의 수도는 예루살렘’이라는 우리의 주장을 미국 대통령이 용감하게 선포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행사가 끝난 뒤 자신의 트위터에 행사 사진 여러장을 올리고 “오늘 멜라니아와 난 너무나 많은 훌륭한 친구들을 백악관으로 초대해 하누카를 축하했다”고 밝혔다. 또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전임 대통령이 각각 대선 후보 시절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고, 미국 대사관을 이스라엘로 옮기겠다고 공언한 영상을 올리고 “나만 공약을 지켰다-다른 사람들은 안 그랬다”고 자화자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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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시위자들이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된 예루살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 반기를 드는 차원으로 미국 성조기를 불태우고 있다. /예루살렘=AFP연합뉴스7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시위자들이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된 예루살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 반기를 드는 차원으로 미국 성조기를 불태우고 있다. /예루살렘=AFP연합뉴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안이한 생각과는 달리 전 세계는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전날 예루살렘과 팔레스타인 자치구역인 가자지구·요르단강 서안지구 등에서 거리로 뛰쳐나온 팔레스타인인들과 이를 진압하려는 이스라엘 군인이 충돌해 100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은 “이스라엘군이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물대포·최루가스·고무탄을 사용하면서 부상자가 발생했다”며 “무슬림 합동 예배일인 8일에는 시위가 더욱 확산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이번 시위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직후 팔레스타인이 6일부터 사흘간을 ‘분노의 날’로 선포하면서 벌어졌다. 특히 팔레스타인은 물론 중동 전반에서 무장세력 결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며 긴장감은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인 하마스와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지부(AQAP) 등은 미국과 이스라엘에 맞서기 위한 봉기를 촉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우려를 더하고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에도 영국 극우단체 대표가 올린 반이슬람 동영상을 리트윗한 후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이를 비판하자 “테리사, 영국 테러나 신경써라”고 비난해 양국 간 관계가 급랭한 바 있다.

예루살렘의 수도 인정 공약을 전직 대통령은 지키지 않았다고 비판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윗 캡쳐예루살렘의 수도 인정 공약을 전직 대통령은 지키지 않았다고 비판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윗 캡쳐


박홍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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