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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 행복한 100세시대] "여력 없다"고 손 놓으면 노후대비 낭패...'3층 연금제도' 활용해야

■중산층의 노후준비 '사면초가'

김진웅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수석연구원김진웅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수석연구원


최근 설문조사에서 중산층의 노후준비점수가 54점으로 나왔다. 중산층 스스로가 현재는 물론 은퇴 후 빈곤층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산층이 노후를 위해 모은 자금이 평균 2,900만원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예상이 빗나갈 것 같지 않아 보인다.

2005년말 퇴직연금제도가 도입되면서 우리나라의 3층 연금제도가 완성된 지 10년이 훌쩍 넘었다. 하지만 여전히 중산층의 34.6%는 노후를 예금·적금으로 준비하고 있다. 이어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연금에 의존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고, 퇴직연금 및 개인연금 같은 사적연금 위주로 준비하고 있는 사람은 12.6%, 10명 중 1명이 겨우 넘는 수준에 불과하다.


예상 은퇴연령과 기대수명은 지난해보다 줄어들었으나 은퇴연령이 좀 더 많이 줄면서 예상노후생활기간이 23.2년으로 전년(22.1년) 대비 길어졌다. 그러면서 노후생활비는 올해 월 227만원, 지난해보다 7만원 감소해 좀 더 팍팍한 노후생활이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필요노후자산은 5억 3,118만원으로 전년대비 2,574만원이 증가했고, 노후준비자산은 전년대비 평균 2,369만원 줄어들면서 전반적으로 노후준비 수준이 취약해진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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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수명 기준으로 종합해 본 올해 중산층의 노후준비지수 54.3점은 지난해(61.8점)와 비교했을 때 상당히 크게(7.5점) 하락한 결과다. 연금으로만 노후준비 수준을 산출한 수치인 만큼 심각한 상황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3층 연금 활용수준이 매우 낮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보통 몹시 곤경에 처한 상태를 ‘사면초가(四面楚歌)’라고 비유하는데 결과만 놓고 보면 중산층의 노후준비가 마치 이 ‘사면초가’와 같은 상황이다.

사면초가는 ‘사방에서 들리는 초나라의 노래’란 의미다. 중국역사 속 한나라왕 유방과 초나라왕 항우의 전쟁에서 유래가 된 고사성어다. 초나라왕 항우가 한나라 군사들에게 포위되어 수심에 잠겨있을 때, 사방에서 들려오는 초나라 노랫소리에 패배를 직감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용맹은 천하제일이었으나 지나친 자신감 때문에 정략적인 면을 가볍게 여기던 항우는 생전 70여 차례 싸움에서 단 한 번도 패배하지 않았다. 그러나 마지막 싸움에서의 패배로 모든 것을 잃고 만다. 중산층도 현실의 삶이 팍팍할 수도 있겠지만 ‘노후준비는 어떻게 되겠지’ 하고 안이하게 대처하면 막상 은퇴 이후 노후생활이 생각보다 훨씬 곤란해질지도 모른다.

초한전쟁의 결말에서 남의 말을 잘 경청하는 한나라의 덕장 유방은 용맹하나 덕을 갖추지 못한 항우를 마침내 이기고 중국을 통일한다. 그런데 정작 유방은 평범한 농민의 자식으로 요즘 말로 ‘흙수저’에 해당하는 사람이었고, 반면 항우는 ‘금수저’라 할 수 있는 귀족집안 아들이었다. 중산층 대다수가 노후준비 여력이 없다고 말하지만 유방이 주변 사람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잘 활용하여 큰 나라를 세운 과정처럼 노후준비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3층 연금을 잘 활용하면 안정된 노후를 준비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풍요롭고 안정된 미래는 수저의 색깔이 아닌 결국 스스로의 노력에 달린 문제다.

김진웅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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