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잘하는 수비수가 누군지 아세요? 공을 거의 안 잡는 선수입니다. 뚫기가 어렵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상대편이 그쪽으로 공격을 안 하는 거죠.”
김영문 관세청장은 소문난 축구광이다. 좋아할 뿐 아니라 실력도 수준급이다. 검사 시절 한일 검찰 축구대회에 세 차례 출전했고 올해 중앙부처 1부리그에서 관세청이 통합우승 트로피를 거머쥘 때도 직원들과 함께 뛰었다.
까다로운 수비수에게는 공이 잘 안 가듯 관세행정도 마찬가지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단속 업무를 잘해 징수금액을 대폭 늘리는 것도 칭찬받을 일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시스템을 잘 갖추고 강력한 감시 체계를 구축해 애초에 부정을 저지를 일을 만들지 않는 게 진짜 관세행정이라는 얘기다.
김 청장은 “단속 업무의 목적은 많은 사람을 적발하는 게 아니라 적발할 사람이 없게 만드는 것”이라며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법을 지키게 하는 시스템을 갖춰 궁극적으로는 법을 어기는 사람이 없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힘줘 말했다.
이런 관점에서 관세청은 법을 어길 가능성이 높은 부분은 미리 알리고 단속도 시기와 방법을 미리 알려주는 예고단속을 도입할 방침이다. 지난 11월 중순에 해운 업계를 대상으로 외환범죄 예방 설명회를 열었던 것이 그 연장선이다. 실무자 100여명에게 자주 일어나는 불법 외환거래 사례를 소개하고 적발 유형도 알렸다. 내년부터는 제도 세부사항을 알지 못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범법자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상황별 사례집을 만들어 배포하고 연중 상담 체계도 강화할 방침이다.
김 청장이 축구에 빗대는 또 다른 분야는 감사다. 그는 “공을 잘 차는 사람이 열심히 뛰다 보면 마지막에 컨트롤이 안 돼 자살골을 넣는다”고 했다. 아예 축구를 못 하면 골대 근처에도 못 간다는 것. 그는 “감사에서 지적사항이 나온 직원을 보면 열심히 해보려다 모르고 한 실수들이 보인다”며 “무조건 잘못만 묻기보다는 업무가 무리하게 몰리지는 않은지, 시스템 문제는 없는지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경우 직원을 문책한다고 일이 끝나지 않고 구조를 바꿔야만 진짜 감사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게 김 청장의 철학이다. /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