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정치색 없는 상업영화”…‘1급기밀’ 김상경X김옥빈의 무겁지 않은 폭로

고(故) 홍기선 감독의 유작 ‘1급기밀’이 베일을 벗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군 내부의 비리를 고발하는 내용을 담았지만 생각보다 무겁지는 않다는 게 배우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영화 ‘1급기밀’(감독 홍기선) 제작발표회가 1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신사동 CGV 압구정에서 열렸다. 이날 자리에는 배우 김상경, 김옥빈, 최무성, 최귀화, 김병철이 참석해 작품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1급기밀’은 국가라는 이름으로 봉인된 내부자들의 은밀한 거래를 폭로하는 범죄 실화극. 2002년 공군의 차세대 전투기 외압설 폭로와 2009년 MBC ‘PD수첩’을 통해 군납문제를 폭로한 해군 소령의 실화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고 홍기선 감독은 대표적인 영화 운동 1세대로서 끊임없이 진실을 갈구하며 사회 문제를 다뤄왔다. ‘선택’으로 비전향 최장기수 김선명의 실화를 다뤘으며 ‘이태원 살인사건’에서 이태원 햄버거가게 살인사건을 극화했다. 이번 ‘1급기밀’이 그의 사회 고발 실화 3부작 중 마지막인 셈.

‘1급기밀’은 지난 2016년 12월 별세한 故홍기선 감독의 유작. 이에 대해 김상경은 “우리 모두 같은 마음이다. 이 자리에 같이 계셨으면 너무 좋을 텐데”라며 “그냥 감독님이 곁에 계시다고 생각하고 활동을 하는 것이 도리 같다. 될 수 있으면 슬픔을 느끼지 않고 온전한 영화로서 감독님이 살아계신 것처럼 관객들을 만나 뵐 생각이다”고 홍기선 감독에 대한 애틋함을 드러냈다.

2015년 ‘살인의뢰’ 이후 3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하는 김상경은 사건의 중심에 서게 되는 박대익 중령 역을 맡았다. 앞서 ‘살인의 추억’ ‘화려한 휴가’ 등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에 출연했던 그는 “저는 정치색이 없는 배우”라며 “실화를 선택하는 실제로 있었던 일이 갖고 있는 힘이 엄청나게 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고발에 끌린 것은 아니다. 단지 영화가 가지고 있는 힘이 좋고 이 세상에 있어야 할 영화, 관객 분들이 꼭 알아야 할 영화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올해 ‘악녀’로 인상적인 여성 느와르를 보여준 김옥빈은 ‘1급기밀’에서 올해의 기자상을 수상한 탐사보도 전문기자 김정숙을 연기한다. 특히 그가 연기한 역할은 최근 MBC 신임사장으로 선임된 최승호 뉴스타파 PD(전 MBC PD)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옥빈은 “실제 기자 분을 만나보고 싶다는 요청을 드려서 만났다. 이 사건이 진행돼가는 과정을 듣다보니까 제가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지 않았나 반성이 들었다”며 “이게 방송으로 만들어져서 나오기까지 과정을 들으면서 제가 잘 해보겠다고 문자를 보냈던 기억이 난다. 그 분이 지금 MBC 사장님이 되셨더라. 깜짝 놀랐다”고 에피소드를 전했다.

이 외에도 영화 ‘4등’과 드라마 tvN ‘응답하라 1988’,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활약을 펼치고 있는 최무성과 영화 ‘범죄도시’의 흥행에 톡톡한 역할을 한 최귀화, tvN ‘도깨비’의 신스틸러 김병철, 영화 ‘군함도’의 신승환까지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연기파 배우들이 ‘1급 신뢰도’의 캐스팅을 완성했다.



홍기선 감독의 작품인 만큼 고발적인 메시지가 없지는 않지만, 배우들은 입을 모아 ‘무겁지만은 않은 영화’라고 말했다. 특히 김상경은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모니터 평점 10점 만점에 9.5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받았던 것을 언급했다.

그는 “영화가 진지할 것 같고 커다란 비밀을 얘기할 것 같다고 생각하실 텐데 재미있게 접근하셨으면 좋겠다. 일반 분들에게 9.5의 평점이 나왔다는 것은 무게감만 갖고 보는 영화는 아니라는 뜻이다. 저희 영화는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영화다. 그러면서도 큰 비밀을 알려드린다”고 말해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김상경은 이어 “우리 영화에는 중요한 두 가지 축이 있다. 하나는 현재도 진행 중인 군대의 비리고 또 하나는 공익제보자(내부고발자)다”라며 “공익제보자 자신과 가족이 세상과 단절되는 이야기가 담겼다”고 설명했다. 최귀화 역시 “시나리오를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며 “주인공이 내부고발을 한 이후에 모든 사람들에게서 배제가 된다. 그의 가족들까지 공격을 당하는 장면이 가장 분하고 화나고 슬펐다”고 기대되는 장면을 짚었다.



최근 ‘택시운전사’ ‘범죄도시’ 등에 출연하며 ‘흥행요정’으로서 활약하고 있는 최귀화는 이번 ‘1급기밀’의 흥행 또한 자신했다. 그는 “원래 어떤 시나리오도 한 번에 다 읽지 못하는데 이번에는 한 번에 다 읽었다”며 “리드미컬하면서 강렬하다. 너무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에 굉장히 잘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배우들은 끝까지 ‘정치적인 면’보다는 ‘영화 자체의 작품성’에 집중하기를 당부했다. 김상경은 “정권이 바뀌어서 이런 영화들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저희 영화가 촬영될 때는 대통령이 이 분이 아니셨다”며 “대단히 정치적인 영화가 아니다. 이순신 장군님 때부터 있었던 군납비리에 대한 이야기다. 어디까지나 상업영화다”라고 설명했다.

김옥빈도 “너무 궁금해서 영화를 먼저 봤는데 고발 영화라는 타이틀을 달면 안 될 것 같다. 마지막까지 깔깔거리고 웃으면서 봤다”며 “그렇게 무거운 영화가 아니다.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최무성도 “애틋하고 슬픈 장면이 있다. 정치나 사회물일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한 남자의 용기를 담은 휴먼물이다”라고 마무리했다.

한편 ‘1급기밀’은 내년 1월 개봉 예정이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