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아파트에서도 바퀴벌레, 돈벌레 등과 살았는데 뭐 대수일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적응하기 쉽지 않았다. 아이들은 지금도 돈벌레를 보면 몸서리를 친다. 그런데 지네를 마주한다면? 다른 집들은 몇 번씩 봤다는데, 우리 집엔 지금까지 딱 한 번. 그것도 생각지도 못한 싱크대 안 막걸리잔이라니.
식겁하지 않을 수 있을까. 아니 어떻게 그 안에 들어갔을까 곰곰이 생각해도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는다. 다시 만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뿐. 집주변에 약을 치려니 반려견이 돌아다니며 먹을까봐 그렇게 하지도 못한다. 그냥 ‘친환경구역’으로 보존할 뿐.
창고에 수시로 들락거리는 쥐, 뒷산에 출몰하는 고라니, 누가 버리고 간 듯한 유기견, 한여름 동네 도로에선 차량 바퀴에 짓밟힌 처참한 뱀도 목격할 수밖에 없다. 늦가을은 무당벌레들의 무대. 떼로 몰려다니며 창틀, 방 천장에 다닥다닥 붙어 있다. 한 두 마리는 예쁘지만 집단으로 모여 있으면 붉은빛이 띄어 보기에 즐겁지 않다.
하지만 봄이 오면 따뜻한 햇살을 즐기며 집으로 찾아온 청개구리, 여름엔 반딧불이를 볼 수 있는 행운까지 얻는다. 겨울 지나 따뜻한 봄을 기다리는 건 어쩌면 꽃보다 이 친구들이 보고 싶어서 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