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정부가 외국인들의 주택매입을 금지하는 정책을 실시하기로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0일(현지시간) 뉴질랜드 정부가 이번주 중 외국인들의 주택매입을 막는 법안을 공포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그랜트 로버트슨 뉴질랜드 재무장관은 “뉴질랜드 주택시장은 완전히 붕괴됐다”며 외인 매매금지 정책이 부동산시장 안정화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윈스턴 피터스 뉴질랜드 부총리도 “이번 정책은 뉴질랜드가 더는 과거와 같이 주택을 팔지 않겠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전 세계에 던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신들은 현재 뉴질랜드가 봉착한 주택시장 문제가 캐나다와 영국·호주 등 여러 서구 국가에서 겪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며 이번 조치의 파장에 주목하고 있다.
■외인 부동산 투자 막는 이유
슈퍼리치 주택쇼핑에 임대료 폭등
부동산 시장 붕괴로 노숙자 늘어나
뉴질랜드 정부가 외국인들의 주택매입 금지라는 ‘극약 처방’을 내린 것은 해외 갑부들의 주택 쇼핑으로 자국 임대료가 폭등하면서 노숙자 증가 등 심각한 사회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외신에 따르면 지난 2011년 기준 6만8,148채에 달했던 정부 소유 임대주택은 올 들어 6만1,323채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주택매입의 문호를 활짝 열면서 뉴질랜드 주택이 글로벌 슈퍼리치들의 무차별 쇼핑리스트에 올랐기 때문이라고 FT는 분석했다. 특히 중국을 중심으로 부호들이 뉴질랜드 주택을 쓸어담으면서 주택값이 줄곧 우상향을 그리는 가운데 실질임금 상승은 더뎌 폭등한 임대료를 견디지 못한 시민들이 노숙자로 전락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외신에 따르면 현재 오클랜드에서는 수십명의 가족들이 자동차에서 거주하는 것이 목격되고 있다. 올해 기준 임대주택 대기자 숫자도 5,844명으로 2년 전과 비교해 42%나 증가했다. 오클랜드에 위치한 노숙자돌봄단체의 장 루트리지 매니저는 “저임금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임금 노동자들이 임대료를 감당할 만한 집을 찾기란 하늘에 별 따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