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일자리 정책에 화답... LG, 신산업 팔 걷는다

■LG그룹 내년 19조 투자

김동연" LG가 협력사 상생 모범"

LG "AI·OLED·5G등 전폭 투자

美 세이프가드 대책 나서줬으면"



12일 LG그룹이 내년에 국내에서 역대 최대 수준인 19조원을 쏟기로 한 데는 4차 산업혁명을 맞아 자동차 전장부품·에너지 등 신산업 분야에서 앞서 나가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또 혁신 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에 사활을 걸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에 적극 호응함으로써 반대급부로 관련 사업 분야의 규제 완화 등 부수적 효과도 얻으려는 의도가 감지된다. 이번 발표로 LG는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이어 투자·일자리 확대 부분에서도 주도권을 쥐게 됐다. 반면 삼성전자·현대자동차·SK 등 다른 그룹의 고민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보다 1조4,000억원 많은 19조원 투자=LG는 신산업 분야 투자에 바짝 고삐를 죄겠다는 입장이다. 투자 규모만 해도 19조원으로 역대 최대다. 올해 투자 규모 예상치(17조 6,000억원)와 비교하면 8% 증가했다. 투자 세부 내역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방점은 신산업에 찍혔다. 전기차 부품,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차세대 디스플레이, 인공지능(AI), 5G 등이 모두 여기에 속한다. 죄다 LG가 전사적으로 공을 들여온 사업들이다. 전장 사업의 경우 오스트리아 조명업체 ZKW 인수전에 발을 들여 놓았고 가전 사업에서는 AI 플랫폼을 활용한 스마트홈 구축에 매진하고 있는 상태다. 19조원 가운데 상당액이 이런 분야의 연구개발(R&D) 등에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19조원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총 4조원을 들인 국내 최대 연구개발(R&D) 단지 ‘LG 사이언스 파크’도 내년에 선보인다.


LG는 직원도 1만명을 새로 뽑겠다고 밝혔다. 올해보다 1,000명가량 많은 수준이다. 이날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난 구본준 LG부회장은 “혁신성장에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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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배출권 시장 활성화해달라” 등 규제 완화 요구도=LG는 △협력사에 대한 8,581억 무이자·저금리 대출 △디스플레이 장비 국산화율 제고 등 중소기업과의 상생협력 플랜도 발표했다. 이번 정부의 핵심 과제인 기업 양극화 완화에 힘을 보태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김 경제부총리는 “대·중·소 기업 임금 격차가 혁신성장에 좋지 않게 작용한다”며 “정부는 대·중소 기업 상생협력을 저해하는 활동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LG는 협력사를 위한 이런 노력이 외부에 부당한 경영 간섭으로 비치지 않도록 가이드라인을 마련해달라는 뜻을 전했다.

LG가 정부에 당부한 부분도 눈에 띈다. 당장 내년 2월로 임박한 미국 정부의 세탁기 관련 세이프가드 조치와 관련해 정부가 제대로 구제 조치에 나서줄 것을 요구했다. 현실과 유리된 규제 등에 대한 개선도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탄소배출권 거래 시장 안정화가 대표 사례다. 기업이 탄소배출권을 사려 해도 수급 불안정으로 가격이 너무 높아 비용 부담이 큰 만큼 정부의 비축 배출권을 일부 방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LG는 이외에 전기차·신재생에너지 분야 보조금 확대, 자율주행차 등 신산업 분야 생태계 조성을 위한 국내 스타트업 육성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정부는 다른 기업과의 만남도 추진한다. LG 다음 차례로는 자율주행 차량이나 신재생 에너지 등 신산업 분야 중견기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상훈·신희철기자 shlee@sedaily.com

이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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