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가상화폐 거래소, 해외 송금 가급적 차단하겠다 '모니터링 강화'

주요 은행이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관련 해외 송금을 가급적이면 차단하겠다는 방침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상화폐를 악용한 외환거래(환치기) 등 신종 범죄가 늘어나며 시중 은행이 이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는 정부의 시그널을 받아든 결과로 전해졌다.

우리은행은 최근 가상화폐 거래로 의심되는 해외 송금에 대한 모니터링을 더욱 강화하기로 결정했다. 우리은행 외환센터에서 해외 송금 내용 확인 절차를 강화하고, 가상화폐 거래로 의심되면 해당 고객에게 송금 목적을 재차 확인하라고 지시했다.


지난 4일 가상통화 관계기관 합동 TF에서 정부가 시중은행에 가상화폐 관련 해외 송금에 대해 더욱 주의 깊게 모니터 해달라는 무언의 압박이 있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전부터 가상화폐에 대한 모니터를 하고 있었다”면서 “최근 가상화폐 관련한 악용 소지가 더 부각되고 있어 가상화폐 거래에 대해 좀 더 확인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의미에서 내려진 지침”이라고 밝혔다.

신한은행과 국민은행도 해외 송금 목적이 가상화폐 거래일 경우 고객들에게 주의하라고 당부했다. 신한은행은 가상통화 거래를 위한 송금을 인지하면 해당 창구에서 주의해달라는 안내를 하고 있는 것. 국민은행은 6월과 9월 두 차례나 “외국환 거래법 등 관련 법령 위반 소지가 있는 해외 송금 사례는 주의해달라”는 유인물을 보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상화폐 거래가 워낙 범죄 악용 소지가 높다보니 관련 거래라는 사실을 인지하면 가급적 송금을 막고 있다”면서 “하지만 무조건적으로 고객의 송금을 막을 수는 없어 곤란한다. 이에 대한 금융당국의 명확한 입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원칙적으로는 가상화폐와 관련한 해외 송금을 차단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사실상 막을 수 없다는 현실적 문제점도 제기됐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해외 송금할 때 거래 목적을 제대로 밝히지 않을 경우 강제할 수 없다”며 “고객이 송금을 해달라고 요청하는데 완벽하게 막을 순 없는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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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가상화폐 거래가 투기판으로 변질되는 등 사회적 문제로 불거지자, 가상화폐에 대한 ‘고강도 규제’를 전했다. 가상통화 관계기관 합동 태스크포스 주무 부처를 금융위원회에서 법무부로 바꿔 거래 자체를 금지할 지, 조건부 허용할 지 규제 수위를 검토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은행과 산업은행은 가상화폐 거래소에 제공해온 가상계좌를 올해 안에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기업은행은 현재 운영 중인 가상계좌 외에는 추가로 계좌를 제공하지 않기로 한 것.

우리은행은 현재 코빗 등 3개 거래소에 가상계좌를 제공하고 있고 산업은행은 코인원에 가상계좌를 발급해 온 바 있다.

신한은행와 농협은행은 가상화폐거래소인 빗썸과 코인원 등에 가상계좌를 제공하고 있으나 우리은행 등의 폐쇄 조치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KB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은 현재 가상계좌를 제공하지 않고 있는 상황.

가상화폐 거래는 빗썸이나 코인원 등과 같은 가상화폐 거래소에 가입한 뒤 거래소에서 부여하는 가상계좌에 돈을 입금해야 한다. 따라서 가상계좌를 폐쇄하는 것은 사실상 거래를 차단한다는 뜻으로 알려졌다.

장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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