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13일 베이징 완다문화주점에서 열린 재중국 한국인 간담회에서 “오늘은 난징대학살 80주년 추모일로 우리 한국인들은 중국인들이 겪은 이 고통스러운 사건에 깊은 동질감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저와 한국인들은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희생자들을 애도하며 아픔을 간직한 많은 분께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한국 대통령이 난징대학살을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마침 이날은 난징대학살 80주년 추모일이었다. 문 대통령이 중국 땅에 발을 내디뎠던 때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중국의 주요 지도자급 인사들은 장쑤성 난징대학살 희생동포 기념관에서 추모식을 거행하고 있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이 같은 시의성을 계기로 삼아 항일운동 등으로 점철됐던 양국의 근대사를 되짚으며 한중 간 역사적 유대감을 강조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중국 국민들에게 감성적으로 다가가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문제를 놓고 벌어진 한중 국민 간 거리감을 좁히려는 시도로도 읽힌다. 실제로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번 방중 이전에 기자와 만나 “문 대통령이 이번 일정에서 중시하는 것은 국가 지도자 간 소통뿐 아니라 사드에 대한 오해로 상한 중국 국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시 주석이 사드 갈등을 완전히 해소하려 해도 정치적 라이벌 진영이나 국민들이 사드를 빌미로 시 주석을 압박할 수 있기 때문에 중국 국민들의 혐한 정서를 누그러뜨리지 않고서는 양국 정상이 통 큰 화해의 결단을 내리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다만 난징대학살 발언은 보수 우경화되고 있는 일본을 자극할 여지가 있어 향후 한중일 정상회의나 한일 정상회담의 조속한 추진에는 난기류를 일으킬 수도 있다. 아울러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등을 공론화하는 데도 다소 그림자가 드리울 수 있다는 게 외교가의 진단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한 외교당국자는 “문 대통령은 한일 간 아픈 역사는 있는 그대로 직시하고 서로 인정하되 거기에 발목 잡히지 말고 발전적인 미래를 함께 바라보자는 입장을 갖고 있다”며 “그런 차원에서 보면 난징대학살 언급을 한일 외교적 이슈로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