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BC를 비롯한 글로벌 금융업체들이 온실가스 배출기업들을 상대로 기후변화 대처를 압박하겠다고 선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파리기후협정에서 탈퇴를 선언했지만 세계 지도자들은 물론 기업들도 기후변화에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파리기후협정 체결 2주년을 기념해 1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원 플래닛 정상회의’에서 프랑스 금융기업 악사와 미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공단 등 225개 금융기관은 향후 5년간 온실가스 배출 100대 기업들을 상대로 탄소배출 감축과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 공개를 요구하고 이들의 기후변화 노력을 평가해 투자 여부에 반영하기로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들 기관이 운용하는 자금 규모는 26조달러(약 2경8,000조원)에 달한다. 이들 기관이 타깃으로 삼는 기업은 엑손모빌·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등 세계적 에너지 기업과 에어버스, 포드, 아르셀로미탈 등 자동차·항공·철강회사 등으로 향후 이들 기업의 경영에 상당한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회의에서는 미국의 이탈로 기후 변화 대응에 필요한 자본이 부족해질 것이라는 우려를 의식한 듯 정부·기업들의 투자 선언도 이어졌다. 유럽연합(EU)은 90억유로(약 11조5,600억원) 상당의 기금 조성을 선언했으며 프랑스 국영 전력기업 EDF도 2020년부터 15년간 250억유로를 들여 태양광 발전에 투자하겠다고 전날 발표했다. 세계은행(WB)도 2019년부터 석유·가스 개발 프로젝트에 자금을 제공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글로벌 기후변화 어젠다 주도를 노리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기후변화의 피해는) 모두의 책임이 될 것이기에 우리는 당장 행동에 나서야 한다”며 회의에 참석한 정상들과 기업 대표들에게 전향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그는 앞서 미국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몇 달 혹은 몇 년 뒤 마음을 바꿀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