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결국 전기요금에 막힌 文 탈원전 드라이브… 2030년 제1·2발전은 여전히 석탄·원자력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확정]

발전량 석탄 36.1%, 원전 23.9%, LNG 18.8% 순

전기요금 20202년까지 1.3%, 2030년 10.9%↑

석탄電 추가로 4기 LNG 전환… 상한제 도입도 검토

요금 묶어놓고 文 공약 맞추려니 곳곳이 무리수

정부가 2030년에도 석탄과 원자력 발전을 제1·2 발전원으로 두겠다는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확정했다. 원전은 소폭 발전 설비가 줄지만 석탄은 되레 늘어난다. 원전과 석탄을 지우고 액화천연가스(LNG)와 신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에너지전환을 이뤄내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에너지전환 정책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전기요금 인상이라는 현실을 외면한 채 수사만 앞세웠던 문재인 대통령의 탈(脫)원전·석탄 드라이브가 낳은 당연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14일 산업통상자원부는 2030년까지 122.8GW(이하 실효용량 기준) 발전설비를 구축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국회 산업통상자원벤중소처기업위원회 에너지소위에 보고했다.


전원믹스 구성으로만 보면 올해와 크게 달라지지 않는 수준이다. 계획안에 따르면 2017년 기준 22.5GW(24기) 규모인 원전은 2030년 20.4GW(18기)로 2.1GW 줄어든다. 석탄발전은 2017년 36.1GW(61기)에서 38.9GW로 2.7GW 증가한다. LNG는 37.4GW에서 47.5GW로, 신재생은 3.1GW에서 8.8GW로 각각 늘어난다. 전원구성 비중은 2017년 △LNG 34.7% △석탄 33.5% △원전 20.9% △신재생 2.8%인 설비 비중이 2030년 △LNG 38.6% △석탄 31.6% △원전 16.6% △신재생 7.1%로 소폭 변한다.

8차 전력수급 기본계획 전원구성안. /자료=산업통상자원부8차 전력수급 기본계획 전원구성안. /자료=산업통상자원부


설비상으로 LNG 발전이 가장 많지만 발전량은 여전히 석탄과 원전이 제1·2 발전원 역할을 한다. 계획안의 발전량 전망을 보면 2030년 석탄의 발전량은 36.1%로 2017년(45.3%) 대비 9.2%포인트 감소하지만 여전히 가장 많은 전력을 생산한다. 원전도 30.3%에서 23.9%로 줄어들지만 석탄 발전에 이어 제2의 발전원이다. LNG는 16.9%에서 18.8%로, 신재생은 6.2%에서 20.0%로 각각 늘어난다. 현재 제1 발전원인 석탄이 LNG보다 두 배 넘는 전력을 생산하고, 원전도 여전히 제2의 발전원 역할을 하는 셈이다.

2030년 각 전원별 발전량 구성. /자료=산업통상자원부2030년 각 전원별 발전량 구성. /자료=산업통상자원부


탈원전·석탄에 드라이브를 걸었던 정부가 이 같은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내놓은 이유는 현실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당시 설계수명이 도래하는 노후 원전을 차례로 폐쇄하고 신규 원전 계획은 백지화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반대여론에 부딪혀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 여부를 공론화에 붙였고, 시민참여단이 공사 재개라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설계수명 연장을 놓고 법정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월성 1호기는 내년부터 전력계획에서 빼고, 계속 가동 여부에 대한 타당성을 평가해 폐쇄시기를 결정할 예정이다.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석탄도 노후 발전소를 폐쇄하고 공정률이 낮은 신규 9기를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지만, 신규 9기 중 4기를 LNG로 전환하겠고 한 발자국 물러섰다. 이번 8차 계획에서는 LNG 전환을 협의하던 삼척포스파워(2기)를 기존 계획대로 석탄발전소로 짓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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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요금도 탈원전·석탄 정책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정부는 값싼 원전과 석탄 발전을 줄이고 비싼 LNG와 신재생을 늘리겠다는 에너지전환 정책에도 2022년까지 전기요금이 오르지 않는다는 주장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전기요금이라는 장애물에 원전과 석탄을 줄일 수 있는 여지가 그만큼 줄어든 셈이다. 화석연료에서 신재생으로 넘어가는 에너지전환의 ‘디딤돌’ 역할을 하는 LNG 발전의 발전량이 2030년이 되도 지금과 비슷한 수준인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의 전기요금 전망치가 ‘낙관적’인 것도 전원구성이 많이 바뀌지 않은 탓이다. 정부는 8차 계획에서 2022년까지 전기요금이 올해 대비 1.3%, 2030년에는 10.9%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한전이 발전사에서 사오는 전력구입비(전기요금의 80%)에서 연료비와 물가요인을 제거한 ‘실질’ 전기요금 기준이다. 또 신재생의 발전원가가 2030년까지 35.5% 하락한다는 가정이 포함됐다.

과거 13년간 우리나라 ‘명목’ 전기요금은 68%가량 올랐고, 이중 실질 요금은 13.9% 상승했다. 이에 비하면 인상 폭이 낮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전기요금을 묶어 놓고 공약을 반영하려다 보니 ‘무리수’라는 평가가 나오는 대책도 포함됐다. 우선 석탄발전을 좀 더 줄이기 위해 당초 계획에 없던 노후 발전소 4기를 LNG로 전환하기로 했다. 대상은 한전의 발전 자회사가 운영 중인 태안 1·2호기와 삼천포 3·4호기 등 4기(2.1GW)다. 또 미세먼지 감축목표 달성이 곤란하다는 판단이 되는 경우 지자체장이 석탄발전의 상한선을 정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도 검토하기로 했다.

세종=김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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