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애완의 영역에 묶여 있는 개가 수만년 전에는 인류라는 종 전체의 운명을 좌우한 존재였다는 주장을 담은 책이 국내에 출간됐다. 동물고고학과 화석생성학에서 여러 업적을 남긴 미국의 고인류학자, 팻 시프먼 펜실베이니아주립대 교수가 집필한 책 ‘침입종 인간’(푸른숲 펴냄)이다.
책은 유라시아를 지키던 네안데르탈인이 갑작스럽게 절멸하고, 현생인류가 살아남은 이유로 늑대-개를 주목한다. 이는 최초 구석기시대로 판별된 개의 화석이 3만2,000년 전 것으로 밝혀진 것에 근거한다. 이는 개의 가축화가 기존 가설처럼 9,000년 전 신석기 시대가 아닌, 훨씬 이른 시기의 수렵 시기임을 시사한다.
저자는 먼 옛날 늑대-개 집단의 역할을 분석하고 추정한다. 늑대-개는 무엇보다 인간이 생태계를 ‘착취’하는 데서 새로운 길을 열어줬다. 더 다양한 먹잇감을 높은 성공률로 사냥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늑대-개는 포식자들로부터 짐승 사체를 지키고, 사냥 간 남성들을 대신해 여성과 아이들을 보호하는 역할도 맡았다.
시프먼은 늑대-개의 관점에서 봤을 때 이러한 길들이기, 가축화는 늑대-개에게도 다른 육식동물과의 경쟁에서 자유롭게 했다는 점에서 득이 됐다고 주장한다. 인간과 늑대-개 동맹은 서로 이익이었다는 것. 저자는 “인간이 동물을 처음으로 가축화한 것은 인간 진화 과정 중에서도 커다란 도약이었다”라면서 “최초로 도구를 발명한 것과 맞먹는다”고 주장한다.
/홍태화인턴기자 taehw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