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시장 최대 성수기인 여름방학 시즌을 능가하는 라인업으로 기대를 모은 ‘강철비’ ‘신과 함께-죄와 벌’ ‘스타워즈 : 라스트 제다이’ ‘1987’ 등 연말 대작들이 일제히 베일을 벗었다. 모든 작품이 침체기에 빠진 한국 영화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만한 장점을 갖춰 연말 극장가는 그 어느 때보다 활기를 띨 전망이다. 개봉 또는 언론 시사회 직후 서울경제가 영화 평론가, 영화 시장 분석가 등을 만나 대작들의 장단점과 흥행 가능성에 대해 들어봤다.
1987
6월 항쟁 도화선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다뤄
“감성적 다큐 연상…작품성 완벽” 극찬 릴레이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됐던 박종철 군 고문치사 사건을 다룬 ‘1987’(27일 개봉)이 평단의 압도적인 지지와 극찬을 받았다. 전찬일 평론가는 “2000년대 최고의 한국영화로 ‘살인의 추억’을 꼽는데 ‘1987’은 이를 뛰어넘었고 대중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감동의 최정점을 보여줬다”며 “상업적으로 소비하고 소모 시켜서는 안 되는 소재 중 하나를 영화화한다는 것이 굉장히 어려운 일임에도 이를 승화하는 단계로 갔다. 눈물은 최루성을 띠게 마련인데 ‘1987’은 ‘탈최루적 승화’를 보여주며 고차원적인 눈물을 흘리게 하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16번째 1,000만 영화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윤성은 평론가는 “‘레미제라블’을 떠올리게 하는 뜨거운 마지막 신이 오랫동안 전율하게 한다”고 했고 김형호 영화시장 분석가는 “올해 넘기지 말고 봐야 할 영화”, 정지욱 평론가는 “극영화라기보다는 감성적인 다큐멘터리, 내 이야기, 내 친구들의 이야기”라고 표현했다. 다만 무거운 소재와 주제로 인해 진입 장벽이 높을 수 있다는 것은 단점으로 지적됐다. 정 평론가는 “막상 영화를 보고 나면 무겁지는 않은데 일단 관객들이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영화는 아니라는 게 핸디캡”이라고 짚었다. 전 평론가는 “영화를 본 관객들을 통해 영화는 반드시 확장성을 가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철비
남북한 핵전쟁 시나리오 그린 첩보 액션물
“곽도원·정우성 케미 훌륭…진한 감동 선사”
최약체로 평가받았던 ‘강철비’는 ‘다크호스’로 떠오르며 반전을 맞는 모양새다. 북핵 문제를 다룬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남한의 외교안보 수석과 북한의 최정예요원의 우정을 통해 무겁고 진지한 소재와 주제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웃음과 감동을 만들어 내는 동시에 수 많은 담론들을 생성해 낼 것이라는 평가다. 정 평론가는 “다각적인 시각에서 욕심을 많이 부린 영화”라며 “동아시아 정세를 조감하는 즐거움과 국제적인 시선이 흥미롭다”고 전했다. 윤 평론가는 “관객이 기대하는 남한 외교안보수석 곽철우(곽도원)와 북한 최정예 요원 엄철우(정우성)가 소통을 하면서 같은 편이 돼 가고 우정을 쌓아가며 애틋한 마음을 가지게 되는 ‘케미’가 훌륭했다”며 “또 정우성은 정말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 투혼을 보여줬고 북한 사투리도 자연스러웠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 작품 역시 민감하고 어려운 북핵 문제 등이 관객들에게 진입 장벽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스타워즈 : 라스트 제다이
명불허전…전편 못봤어도 이해되도록 구성
“시리즈 처음 접하는 관객에겐 라스트 기회”
세계적으로 확고한 팬덤을 보유한 ‘스타워즈’의 8번째 시리즈인 ‘스타워즈 : 라스트 제다이’는 명불허전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시리즈를 알지 못하면 별다른 재미를 느낄 수 없다는 것이 ‘스타워즈’의 한계였지만 이번 편에서는 전편을 알지 못해도 모든 스토리가 이해되도록 구성한 데다 각각의 캐릭터들에 대한 설명이 자막으로 처리돼 이 ‘스타워즈’를 처음 접하는 관객에게도 부담이 전혀 없다. 정 평론가는 “선과 악의 기로에 선 캐릭터들의 성장과 변화가 흥미롭다”며 “모든 내용이 정리된 것 역시 과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 분석가는 “시리즈 팬이라면 전편보다 더 즐길 영화, 처음이라면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라스트 기회”라며 “세계적인 팬덤에 비해 한국에서는 인기가 덜 하지만 전편인 ‘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327만 명)보다 많은 관객을 동원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신과 함께-죄와벌
저승사자·효심·가족애 담은 대중적 영화
“웹툰 원작 완성도 기대하기엔 다소 부족”
주호민 작가의 동명의 웹툰을 스크린에 옮긴 ‘신과 함께-죄와벌’(20일 개봉)은 약점에도 불구하고 연말 가족이 보기에 무난한 대중적인 영화라는 평가다. 영화 전반부의 웃음 장치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폭소가 기대만큼 터지지는 않지만 후반부 10분 동안 보여주는 신파적 드라마가 관객들을 사로잡기에는 충분하다는 것. 윤 평론가는 “저승사자, 효심, 가족애 등 한국 전통적인 세계관이 지배적”이라며 “후반부의 눈물 포인트가 강점으로 작용해 가족용 영화로 적합하다”고 평했다. 김 시장분석가는 “아빠와 10대 아들이 함께 보고 마지막에 같이 눈물 흘릴 수 있는 감동이 있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용화 감독 특유의 신파에 대한 거부감도 있다. 정 평론가는 “화려한 컴퓨터그래픽 등이 신파만을 위한 장치에 불과하고 신파가 너무 구태의연하며 예측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영화는 웹툰의 주요 인물인 진기한 변호사 등을 없애고 전혀 다른 작품이 탄생한 까닭에 원작 팬과 원작의 완성도를 기대하는 관객들에게는 다소 부족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 평론가와 정 평론가는 “웹툰을 본 사람들은 실망할 수도 있다”며 “원작에 있던 캐릭터들이 빠지면서 신비로움을 잃은 감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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