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감독에게 폭행을 당했다며 강제추행치상 명예훼손 혐의로 그를 고소한 여배우 A씨가 기자회견에 모습을 타나냈다. “오랜 고민 끝에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나왔다”고 말한 여배우A시는 사건 직후 “2개월 동안 집 밖에도 못 나갈 정도로 심한 공포에 시달렸다”고 항변하며 이번 사건에 대해 ‘유명 감독과 무명 여배우의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기자회견 내내 자신을 무명배우라고 말하며 그간의 억울함에 대해 눈물로 호소한 여배우 A씨. 여배우 A씨와 김기덕 감독의 사건은 영화계에 어떤 결과를 도출해 낼까.
영화감독 김기덕 사건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14일 오전 서울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김기덕 감독에 대한 검찰의 약식기소 및 불기소 처분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여배우 A씨도 함께 했다. 사건이 대중에 공개되고 나서 처음으로 언론 앞에 선 것이다.
사건은 2013년 영화 ‘뫼비우스’ 촬영 당시로 돌아간다. ‘뫼비우스’에 출연할 예정이었던 A씨는 지난 8월 김기덕 감독으로부터 ‘연기지도’라는 면목으로 뺨을 맞았을 뿐 아니라, 사전에 협의도 없이 남성 배우의 성기를 만지게 했다며 그를 고소했다. A씨는 사건 이후 영화에서 하차했으며, 김기덕 감독은 검찰에 소환됐을 당시 A씨의 뺨을 때린 점을 인정하면서 “감정 이입을 돕기 위한 행동이었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이에 검찰은 김 감독에게 벌금 500만 원 약식기소 처분을 내렸다.
이번 기자회견은 김기덕 감독에 대한 검찰의 약식기소 및 불기소 처분을 규탄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었다. 서혜진 변호사는 앞선 김기덕 감독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며 “A씨는 2013년 3월 2일 김기덕 감독으로부터 ‘뫼비우스’의 시나리오를 수령하고, 엄마 역할로 캐스팅을 확정했다. 이후 3월 9일부터 전체 출연 분량의 70%를 촬영했지만, 촬영 과정에서 김기덕 감독이 폭행 및 시나리오에 없는 연기를 강요했다”며 “4일 후인 3월 13일 피해자가 촬영 과정에서 김기덕 감독으로부터 당한 폭행, 강요 등을 이유로 김기덕필름 측과 수차례 상의 후 하차를 결정했다”고 현장 무단이탈로 인한 일방적인 하차가 아님을 분명히 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 “세계적으로 유명한 감독과 무명 여배우의 사건”이라고 밝힌 이명숙 변호사는 “피해 여배우의 주장을 충분히 조사하고 유명한 감독을 단죄하는게 맞을지, 혹은 유명한 감독을 보호하는게 맞을지 외부에서 고민이 많았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또 이 사건의 진실을 밝혀줄 열쇠를 쥐고 있는 사람 역시 김기덕 필름 관계자, 스태프거나 현재도 활동 중인 배우들이다. 이들이 과연 영화계를 떠난 여배우 편에서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을지 기대하기 쉽지 않았다. 한계점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가장 목소리를 높인 주인공은 피해자인 여배우 A씨였다. 여배우 A씨가 피해자 발언을 하기에 앞서 김기덕 필름 관계자간 통화 녹취록을 공개하기도 했다. 녹취록에는 울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상황에 대해 호소하는 여배우 A씨의 목소리와 사건에 대해 일부 시인하는 관계자의 목소리가 담겨 있었다.
여배우A씨는 신변보호의 이유로 파티션으로 얼굴을 가린 채 피해자 발언 및 질의응답에 응했다. “오랜 고민 끝에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오늘 이 자리에 나왔다. 저는 4년 만에 나타나 김기덕 감독을 고소한 것이 아니다. 이 사건은 고소 한 번을 하는데 4년이나 걸린 사건”이라고 말문을 연 여배우 A씨는 “2013년 3월 사건 직후 저는 집 밖에 거의 못 나갈 정도로 심한 공포에 시달렸다. 2013년 6월, 한국여성민우회 여성연예인인권지원센터에 피해를 알렸다. 방문도 했고 변호사도 만났고 심리 상담 치료도 시작했다. 하지만 무고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사건은 진행되지 않았다. ‘승산 있겠냐’ ‘화는 나겠지만 그냥 잊으라’는 조언이 대부분”이라고 지난 시간들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저는 즉시 김기덕 감독님의 대리인 역할을 해 온 김기덕 필름 관계자로부터 ‘사전 협의 없이 강제로 남자 배우의 성기를 잡게 한 것에 대해 미안하다’ ‘앞으론 절대 즉석에서 임의로 만들어서 찍지 않겠다’ 심지어 ‘대본까지 고쳐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후 이 관계자는 갑자기 말을 바꿔 ‘감독님이 저에게 화가 났다. 돈을 출 테니, 이미 찍은 촬영 분만 쓰거나 그것도 싫음 촬영을 접을 수밖에 없다. 둘 중 하나 선택하라’고 통보했다”며 “저는 최종까지 의견 조율에 최선을 다 했고, 결과적으로 저와의 촬영 중단을 결정한 것은 김기덕 감독님이다. 저는 무책임하게 촬영장 무단이탈을 하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이 같은 과정들을 설명을 하면서 여배우 A씨는 감정에 북받치는 듯 눈물을 흘리면서 떨리는 목소리를 감추지 못했다. 여러 차례 “저는 무책임하게 촬영장 무단이탈을 하지 않았다”고 강조한 여배우 A씨는 “사건이 공론화 된 후 많은 악플에 시달렸다. 한 달 가까이 반복해서 저의 실명과 신상을 인터넷에 유포하는 건 물론이고 언론에 제 신상을 제보하자는 협박에 가까운 댓글을 단 네티즌이 있었다”며 “경찰조사가 진행되자 그 네티즌은 제게 연락을 해 왔고, 저는 그분의 신상을 알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 분은 저보다 최소 15년 이상, 데뷔가 늦은 영화 후배였다. 저는 그 분과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었다. 오히려 그 분은 김기덕 감독과 인연이 있던 분”라면서 억울함을 드러냈다.
이어 “저와 함께 촬영현장에서 연기를 했던 모 배우는 ‘어떤 분이 촬영하다 나갔다는 이야기만 들었다. 나조차 그 분을 직접 뵌 적이 없다’는 거짓인터뷰를 했다. 그 개인을 탓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원한관계에 있는 것도 아니고, 개인적으로 알지도 못하는 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거짓말을 하며 제게 가혹한 짓을 하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김기덕 감독이 ‘무단이탈’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에 대해 “탑스타라도 배우가 무단이탈을 했다고 하면, 다음영화에 캐스팅 되기 힘든 곳이 영화계에다. 김기덕 감독은 저에게 ‘무단이탈’을 했다고 말하면서 제가 이쪽에서 발도 못 붙이게 만드신 것”이라며 “제가 이 자리에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도 그것이다. 저는 지금도 괴로운데, 아예 밥벌이조차 못하게 만들었다. 무단이탈이라는 단어의 이미를 김기덕이 몰랐을까 싶다”고 분노를 표했다.
“지금도 악플에 시달리고 있다”고 강조한 여배우 A씨는 이번 검찰의 약식기소 및 불기소 처분에 대해 “여전히 충격적이고 두렵다. 명예훼손의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하셨는데, 저는 이해가 안 된다. 많이 외롭고 두렵다”고 떨리는 마음을 표했다.
지난 시간들에 대해 “공포스러웠다”고 말한 여배우 A씨는 “대한민국은 돈을 주고 산, 생명을 물건 취급하는 동물조차도, 주인이 동물을 때리면 동물협회에서부터 동물을 키우지 못하게 막고 보호한다. 저는 사람인데, 제가 김기덕 감독에게 무슨 잘못을 했기에, 그렇게 얻어 맞아야 하고, 그걸 연기지도라고 말을 하느냐. 대한민국에는 연기지도 선생님이 계신다. 정말로 연기지도였는지, 자신의 감정표현이었는지 알아봐 달라”고 거듭 호소했다.
/서경스타 금빛나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