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영화 스튜디오이자 미디어 기업인 디즈니가 오랜 숙원이었던 20세기폭스사를 드디어 품에 안았다.
AP·AFP통신 등은 14일(현지시간) 월트디즈니가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의 제국 중 일부인 21세기폭스의 영화·TV사업 등을 524억달러(57조1,000억원)에 매입하는 방식으로 인수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디즈니는 20세기폭스의 영화·TV 스튜디오, FX·내셔널지오그래픽 등 케이블방송 채널, 유럽 위성방송 스카이 지분 39%와 스타인디아의 TV 채널 등 해외 자산을 인수했다. 또 21세기폭스의 미국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 ‘훌루’ 지분도 사들여 지분율을 종전의 2배인 60%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디즈니는 지분 인수와 별도로 137억달러(14조9,000억원)에 달하는 21세기폭스의 부채도 떠안을 예정이다.
이미 알려진 대로 폭스뉴스와 폭스스포츠1, 폭스 방송 네트워크, 더타임스 뉴스페이퍼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의 언론사는 디즈니의 인수 대상에서 제외된다. 인수 가격은 폭스 주식 한 주당 40달러로 정해졌다. 머독과 머독 일가는 디즈니 주식의 5%를 소유할 예정으로 폭스 주주들은 한 주당 29.50달러의 디즈니 주식을 받게 된다. WSJ는 “할리우드에서 6대 메이저 영화사가 4~5개로 재편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분석이 나왔지만 파라마운트나 소니픽처스가 아닌 20세기폭스가 6대 메이저 스튜디오 시대를 끝내는 선두주자가 된 것은 놀라운 사실”이라고 전했다. 할리우드는 수십 년간 디즈니·폭스·소니픽처스·파라마운트·유니버셜·워너브라더스 등의 메이저 스튜디오가 시장지위를 유지해왔다.
미 언론은 디즈니가 이번 인수를 통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의 최강자 넷플릭스에 맞서 미래 플랫폼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디즈니는 지난 8월 미국 최대 OTT 기업인 넷플릭스와 결별하고 오는 2019년부터 자체 OTT 사업에 착수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세기폭스의 ‘아바타’나 ‘엑스맨’ ‘심슨가족’ 등과 같은 흥행작들의 판권과 기존의 마블 판권을 결합해 시너지를 창출하고 훌루를 통해 동영상 콘텐츠 시장에 진출한다는 게 디즈니의 구상”이라고 전했다. 경쟁사인 넷플릭스는 내년 한 해 동안에만 80편의 자체 제작 영화를 선보일 예정이며 애플과 아마존 등 실리콘밸리 공룡 기업들도 OTT 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규제 당국의 승인은 디즈니가 넘어야 할 산이다. 11월 미 법무부는 자국 내 2위 통신사 AT&T가 미디어 그룹인 타임워너를 인수하려 들자 반독점 규정 위반이라며 소송을 제기한 바 있기 때문이다. FT는 “디즈니 역시 이번 인수로 여러 개의 스튜디오를 소유하게 되는 만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