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3일(현지시간)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시장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해 미국 기준금리는 1.25~1.50%로 올랐다. 관심이 집중된 내년 금리 인상 전망도 지난 9월과 같이 3차례 인상으로 유지됐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내년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9월의 2.1%에서 2.5%로 상향 조정하고 고용 역시 호조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하는 등 미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지만 긴축의 고삐를 더 당기기보다는 특유의 ‘비둘기적(Dovish)’ 성향을 보이며 시장을 안도시켰다. 다만 옐런 의장은 적당한 성장세로 ‘골디락스’의 면모를 보이는 미 경제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안은 ‘복병’이 될 것이라는 우려를 내비쳤다.
연준은 이날까지 이틀간 열린 올해 마지막 FOMC 회의 후 미국 노동시장이 여전히 견고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다고 설명했다. 연준은 올해 미 실업률이 완전 고용 수준인 4.1%를 기록하고 내년에는 3.9%로 떨어져 경제 성장의 견인차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고용 호조는 내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기존 2.1%에서 2.5%로 올리는 기폭제가 됐다.
향후 경기 판단을 연준이 한층 긍정적으로 했지만 내년 금리 인상 횟수는 3회로 종전 전망치를 유지했다. 연준이 경제 성장률을 상향조정했지만 물가상승 압력이 여전히 목표치(2%)에 미달한다는 점에 우려를 갖고 있어 내년 금리 인상 속도를 당기지 못했다고 경제 전문 매체인 CNBC는 전했다.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올해 1.7%에서 내년에도 1.9%에 머물다가 2019년에야 2.0%로 올라갈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에서는 내년 1월 첫 FOMC 회의에 금리 인상 신호가 없다는 점을 반기면서 뉴욕 증시의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이날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옐런 의장이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증시 강세에 대해 “연준이 현재 집중하는 위험 요소는 아니다”라며 “금융시장의 다른 위험요소를 봐도 적색이나 황색은 없다”고 밝힌 것도 시장에 호재가 됐다. 이날 미 국채값이 강세를 보이며 10년물 금리는 0.05%포인트 내린 2.35%를 기록했고 2년물은 0.04%포인트 떨어져 1.79%를 기록했다. 국채 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인다. 국채 금리가 내리면서 달러화는 약세를 보여 유로·엔 등 6개 주요 통화 대비 달러인덱스는 14일 장중 0.7% 이상 떨어졌다. 달러 가치와 보통 반대로 움직이는 금값은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내년 2월물이 온스당 1.34% 오른 1,258.50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다만 법인세 대폭 인하를 골자로 한 트럼프 정부의 감세는 불안 요인으로 인지됐다. 금융시장과 기업은 10년간 1조5,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대규모 감세에 기대가 크지만 이로 인해 경기가 과열돼 연준이 급격한 긴축 행보에 나설 수 있는 점을 경계했다. 내년 2월 퇴임 전 한 차례 더 FOMC 회의를 주재하지만 이날 연준 수장으로 마지막 기자회견을 한 옐런 의장은 “감세로 완만한 성장을 기대하고 감세에 따른 소비지출과 자본투자 확대는 주가에 이미 반영됐다”면서도 “감세 영향에 대한 상당한 불확실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월가는 내년 FOMC 위원들이 매파적 인사들로 상당수 교체되는 상황에서 통화정책의 관건은 금리 인상을 빠르게 할 수 있는 경기 과열 여부라고 진단하고 연준의 내년 첫 금리 인상은 3월이 될 것이라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골드만삭스는 “연준의 내년 경제전망이 ‘매파적’” 이라며 내년 4차례 금리 인상 전망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