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밀한 경제협력을 다져왔던 중국과 호주 관계가 심상치 않은 수위로 악화하고 있다. 중국의 호주 정치개입 의혹으로 양국 갈등이 불거진 가운데 호주가 중국을 겨냥한 외국의 정치개입 금지법안을 추진하고 나서자 급기야 중국 정부가 호주 대사를 초치하는 등 험악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호주 SBS방송 등 현지 언론은 14일(현지시간) 중국 외교부가 ‘반스파이법’ 추진과 관련한 호주 정부의 입장을 듣기 위해 잰 애덤스 베이징 주재 호주대사를 15일 공식 초치한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가 호주대사를 초치한 것은 영토분쟁 논란이 불거진 지난 2013년 이후 4년 만이다.
중국의 이번 초치는 호주 내 정치개입 문제를 둘러싸고 중국과 호주 정부가 서로의 입장을 고수하는 가운데 나왔다. 6월 호주 언론은 호주에서 활동해온 중국계 억만장자 차우 착윙이 호주안보정보기구(ASIO)로부터 중국 공산당 조직과 연계됐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20년 전 호주 시민권을 획득한 차우가 거액의 기부금을 미끼로 정치인들과 접촉하며 정보를 빼돌렸다는 것이다. 이후 맬컴 턴불 호주 총리는 5일 정당·시민단체에 대한 외국인의 기부를 금지하고 해외 국가를 위해 활동하는 로비스트의 등록을 의무화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은 호주 주재 청징예 대사가 11일 호주 외교부에 공식 항의하는 등 강력히 불만을 제기했지만 턴불 총리가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서 양국은 평행선을 걸었다. SBS방송은 “이번 초치는 양국 외교관계가 명백히 응급상황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중국에 대한 여론이 악화한 가운데 최근에는 호주 제1야당인 노동당의 샘 대스티아리 상원 의원이 중국 공산당과 연계된 부동산 재벌로부터 뇌물을 받은 정황이 드러나면서 사임으로 내몰리는 사태도 발생했다.
중국은 외교부는 물론 언론까지 총동원해 호주에 맹공을 퍼붓고 있다. 영문 관영매체인 글로벌타임스는 13일 호주의 태도를 ‘매카시즘’이라고 규정하고 서방 인사들과 가까운 관계를 맺은 중국인들이 서방 정보당국으로부터 정보원 취급을 받게 될 처지라고 비판했다.
양국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자 호주 내에서는 중국이 보복조치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 중국이 호주와의 교역 축소 등을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호주 일간 디오스트레일리언은 전직 고위관리를 인용해 “호주 총리를 겨냥한 중국의 태도는 매우 이례적으로 보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중국은 우리와의 교역을 축소할 수 있고 철광석 수입국을 호주에서 브라질로 교체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