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의 ‘시작과 끝’이자 박근혜 정부 ‘비선실세’였던 최순실씨는 14일 검찰의 징역 25년과 총 1천263억원의 벌금·추징금 구형에 대해 “사회주의에서 재산 몰수하는 것보다 더하다”고 비판했다.
최씨는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눈물을 흘리면서 격분해 이같이 항의했다.
검찰은 최씨에게 징역 25년과 벌금 1천185억원, 추징금 77억9천735만원 등 1천263억원을 내라고 요구했다. 형법은 뇌물 등 범죄수익은 몰수하고, 몰수가 불가능하면 그 가액을 추징하도록 한다.
통상 피고인의 최후진술은 변호인들의 최종 변론이 마무리된 뒤에 이뤄진다. 그러나 재판장은 최씨가 검찰의 구형량에 충격을 받아 심리 상태가 불안정하자 먼저 최후진술 기회를 줬다.
최후진술에 들어간 최씨는 연신 흐느끼며 “세상에 이런 모함과 검찰 구형을 보니 제가 사회주의보다 더한 국가에서 살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억울해했다.
이어 “한 번도 어떤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는데 1천억원대 벌금을 물리는 건 사회주의에서 재산을 몰수하는 것보다 더하다”고 울먹였다.
그는 “정경유착을 뒤집어씌우는 특검과 검찰의 악행은 살인적인 발상”이라는 극단적인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최씨는 재판 마지막까지도 한때 측근이었다가 돌아선 고영태씨 등에 대한 원망을 쏟아냈다.
그는 “고영태와 그 주변 인물들이 투명인간처럼 살아온 저에게 오명과 누명을 뒤집어 씌웠다”며 “그들이 이번 사태를 야기했고 제 약점을 이용해 국정농단을 기획한 것”이라고 성토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해서 입을 열 떼는 오열하기도 했다.
그는 “저는 대통령이 젊은 시절 고통과 아픔을 딛고 일어난 강한 모습에 존경과 신뢰를 했기 때문에 곁에서 40년 동안 지켜봐 온 것뿐”이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면서 “돌이켜보면 대통령이 됐을 때 떠나지 못한 게 후회스럽고 이런 사태를 만든 것에 대해 고통스러워하고 있다”며 “대통령과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드리고 싶다”고 후회했다.
최씨는 재판부에 대해선 “판사님들이 많은 배려를 해줘서 사실 여기까지 왔다”며 “앞으로 이런 국정농단 기획이나 음모가 이 나라에서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재판부가 잘 이끌어달라”고 호소했다.
재판부는 최씨가 진술을 마치자 먼저 법정에서 퇴정하도록 했다.
교도관들의 부축을 받아 법정을 나서는 최씨의 등 뒤로 방청객들이 “힘내세요”라고 응원하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