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꽂이]2,600년 서양철학사 편지글로 풀어

■편지로 쓴 철학사Ⅰ·Ⅱ

이수정 지음, 에피파니 펴냄



매서운 한파에 아무리 옷깃을 여며도 소용없던 최근, 사람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한 뉴스가 있었다. 길거리에 쓰러진 노인에게 패딩점퍼를 벗어주고 집까지 데려간 남자 중학생들의 이야기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퍼져나간 것. 그런데 이 중 한 학생이 한 라디오 프로그램 전화 인터뷰에서 대뜸 이런 말을 했다.

“(어른들은) 그냥 쳐다만 보시고 그냥 지나갔다. 왜 안 도와주나, 그런 생각을 했다.”



학생의 물음에 철학자는 어떤 해법을 줄 수 있을까. 시인이자 철학자인 이수정 창원대 교수가 쓴 ‘편지로 쓴 철학사Ⅰ·Ⅱ’ 중 실천윤리학자인 피터 싱어 프린스턴대 교수에게 쓴 편지를 펼쳐봤다. 싱어가 주창한 ‘효율적 이타주의자’를 설명한 구절이 힌트를 준다.


“(효율적 이타주의자는) 본인이 가진 자산, 재능, 시간을 나누는 이들, 동시에 그것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써서 최대한 긍정적 효과를 만들어내려는 이들이다. 이들은 철저하게 이성과 실증 자료, 연구에 기반해 기부를 선택한다. 심금을 울린다거나 개인적인 애착이 있다는 이유로 기부하지 않는다. 가장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는 영역을 찾고, 그 안에서도 비용 대비 가장 큰 기대 수익을 올리는 기관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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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인간은 누구나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싶어하는데 기왕이면 적은 비용으로 많은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선의 최대화’를 기대한다. 싱어의 논리대로라면 현대인들은 ‘효율적 이타성’이라는 명목 아래 윤리의 스위치를 끄기도, 켜기도 하는지도 모르겠다.

‘정의의 아이콘’ 존 롤스에게 보낸 편지도 힌트를 준다. 사회란 이해관계의 상충이라는 특성도 갖는데 성원들의 선(善)을 증진해줄 뿐만 아니라 공공적 정의에 의해 효율적으로 규제되는 사회를 이룩하기 위해선 철학적 사고가 필수라는 점이다.

이 책은 구체적인 질문을 던지는 편지글 형식을 취해 ‘화석화된 지식’ 대신 철학자의 얼굴을 마주하는 대화로 독자들을 이끈다. 탈레스 이후 헤겔까지(1권, 현대편), 헤겔 이후 현재까지(2권, 전통편) 2,600년의 철학사를 대표하는 서양 철학자들과 독자의 격의 없는 만남을 주선한다. 각각 2만4,500원

서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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