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꽂이] 인간, 늑대-개와 손잡고 최강 포식자 되다

■침입종 인간

팻 시프먼 지음, 푸른숲 펴냄

호모 사피엔스, 늑대 가축화로

다른 포식자들 멸종으로 이끌어

개 통해선 사냥감 대량 확보하고

여성·아이들 보호까지 가능해져

경쟁종과 동맹으로 인류 생존



최후의 비인간 호미닌(사람과와 사람속 중간의 사람족) 네안데르탈인은 왜 멸종했을까. 네안데르탈인은 불을 쓸 줄 알았고 무리생활을 했으며 자기 몸무게의 80배가 넘는 매머드를 잡아먹었다. 네안데르탈인이 빙하기에 적응하지 못하고 멸종됐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들은 이미 한차례 빙하기를 이겨냈던 바 있다.

미국 고인류학자인 저자 팻 시프먼은 생태적 지위가 같은 두 종은 공존할 수 없다는 내용의 ‘가우제의 법칙’으로 네안데르탈인의 멸종을 설명한다. 한정된 자원을 나눠 써야 하는 상황 속에서 같은 먹잇감과 서식지를 두고 종의 운명을 건 경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생 인류가 네안데르탈인을 비롯한 인간의 경쟁 종들을 직접 공격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저자는 현생 인류가 침입종으로 처음 활동한 4만년 전 유라시아대륙에 집중한다. 아프리카에서 살던 현생 인류가 네안데르탈인이 살던 유라시아 대륙에 첫발을 디딘 때다.

고대 그리스의 개를 이용한 돼지사냥 벽화고대 그리스의 개를 이용한 돼지사냥 벽화


네안데르탈인은 살던 대로 살았다. 네안데르탈인은 활이나 투창 등 발사 무기를 사용해 사냥하던 현생 인류와 다르게 우거진 숲 속에 숨어 있다가 먹이가 나타나면 창 등을 사용, 직접 먹잇감과 겨뤄 먹이를 사냥했다. 유라시아 지역의 기후 변화는 네안데르탈인이 능숙한 사냥솜씨를 발휘하던 무대인 숲을 없애고 대신 광활한 툰드라를 만들었다. 또한 먹이 역시 바닷가에서는 생선을 잡아먹고 나무 열매를 따 먹는 등 융통성이 있었던 현생 인류와 비교해 네안데르탈인은 어느 환경에서도 늘 먹던 것들만 먹으려는 보수적인 입맛을 가졌다. 하지만 이것이 네안데르탈인을 절멸로까지 몰아간 것은 아니다.

현생 인류는 또 다른 최상위 포식자 늑대와 전례 없는 동맹을 결성했다. 소위 ‘가축화’라 부르는 이 동맹은 침입종이던 현생 인류가 다른 포식자를 멸종으로 이끌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사람이 개를 동반했을 때 획득한 사냥감의 양은 그렇지 않을 때에 비해 56%나 증가한다. 또 개를 통해 다른 포식자로부터 짐승 사체를 지키고 여성과 아이들을 보호할 수도 있었다.

현생인류의 협력자 늑대-개. 댄버는 늑대-개와 함께 매머드를 사냥하는 초기 현생인류의 모습을 상상해 그림으로 표현했다. 그림에 나오는 풍경은 체코의 돌니 베스토니체와 파블로프 유적지와 비슷하다.  /사진제공=푸른숲현생인류의 협력자 늑대-개. 댄버는 늑대-개와 함께 매머드를 사냥하는 초기 현생인류의 모습을 상상해 그림으로 표현했다. 그림에 나오는 풍경은 체코의 돌니 베스토니체와 파블로프 유적지와 비슷하다. /사진제공=푸른숲


개들 역시 ‘가축화’라는 동맹으로 이익을 얻었다. 개들은 다른 육식동물과의 경쟁에서 자유롭게 풀려나 현생 인류가 나눠주는 음식을 먹으며 그들의 주거지에서 안전하게 머물 수 있었다. 저자는 “가축화의 의의는 농경시대 고기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한 먹이로서의 역할이 아니라 ‘살아 있는 도구’를 창조해 인간이 가지지 못한 동물의 능력을 빌리는 데 있다”고 강조한다. 약 1만4,000년 전의 유적지에서도 죽은 개를 묻어주며 부장품을 넣어줬는데 이런 의식들은 늑대를 단순한 먹이로 보는 관계에서 벗어났음을 의미한다.


보통 가축화는 9,000년 전 인간이 농작물을 재배하기 시작하며 이뤄졌다는 게 그간의 학설이었다. 하지만 저자는 2009년 벨기에 연구팀의 연구 성과에 주목했다. 3만2,000년 전 늑대인지 개인지 불분명한, 늑대에서 개로 탈바꿈해가는 과정으로 보이는 동물의 화석이 나타난 것이다. 저자는 이 동물을 ‘늑대-개’라고 이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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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상호 협력적인 관계라도 말도 통하지 않은 이 두 종이 어떻게 동맹을 맺었을지는 궁금점이 남는다. 저자는 ‘아이 콘텍트’에 주목했다. 무리 지어 생활해 사회성이 발달한 늑대는 시선을 통해 의사소통 하는데 능하고 현생 인류는 흰색 눈동자와 열린 눈꺼풀 때문에 멀리서도 그 사람이 어디를 보는지 알 수 있다. 이 특징들은 인간과 개가 서로 시선을 통해 감정을 교류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가장 성공적인 침입종 현생인류의 성공 비결은 다른 어느 종도 시도하지 못했던 경쟁 종과의 동맹이었다. 1만8,500원

우영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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