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종목·투자전략

대한전선, 재무개선·잇단 수주...2년만에 '부활 몸짓'

PEF 인수 후 부채율 대폭 축소

美·중동서 고부가 수주도 늘어

영업이익 3배 가까이 증가

'투자수익 회수'는 부담으로

2015A21 대한전선실적


상장폐지 위기에 내몰렸던 대한전선(001440)이 사모투자펀드(PEF)에 인수된 후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수주를 늘리면서 부활의 몸짓을 보이고 있다.

국내 최초 전선회사로 지난 1955년 설립된 대한전선은 한때 대우전자의 전신이었을 정도로 전선뿐만 아니라 전자 업계에 이르기까지 위세가 탄탄했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의류·건설 등 무리한 사업확장으로 그룹은 유동성 위기에 빠졌고 2009년 채권단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2012년에는 자율협약을 맺었다.


변화의 계기는 2016년 구조조정에 전문성을 지닌 토종 프라이빗에쿼티(PE)인 IMM PE가 지분 70%를 인수하면서부터다. IMM PE는 2015년 9월 제3자 유상증자를 통해 대한전선에 신규 자금 3,000억원을 수혈했고 채권단도 800억원을 출자 전환하며 고통을 분담했다.

대한전선은 PEF 투자를 받은 직후 재무건전성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지난해까지 남부터미널 부지, 독산동 우시장 부지를 매각하고 안양공장 부지 개발사업을 마무리했다. IMM PE 인수 이전인 2015년 상반기 2,170%에 달했던 부채비율은 올해 상반기 222%로 줄었다. 46%에 달했던 자본잠식률은 10%대로 낮췄다.

대한전선은 LS전선에 이어 국내 2위 전선업체로 과점적 시장을 형성하면서 안정적인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고부가가치제품인 초고압케이블(154㎸ 이상) 전선제품 원가의 80%를 차지하는 구리 가격이 내년에 톤당 7,000달러로 약 16% 오르면서 매출액도 늘어날 것으로 신용평가사는 전망했다.


그러나 국내 시장은 포화상태로 성장성에 한계가 있어 해외에서 중동 이외에 지역까지 고부가가치 전선 기술력을 무기로 고객을 넓혀야 한다는 게 업계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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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전선은 최근 잇따라 다양한 국가에서 수주 낭보를 알리면서 수익성 개선에 나서고 있다. 앞서 재무건전성을 복원하면서 수주 입찰에 나설 수 있게 된 것이다. 2016년 4·4분기 미국에서 약 1,300억원 수주한 것을 시작으로 같은 해 11월 싱가포르가 919억원 규모의 400㎸ 초고압케이블 프로젝트를 맡겼다. 올해 1월에는 사우디와 쿠웨이트에서 731억원 규모의 초고압 프로젝트를 확보했다. 6월에는 싱가포르에서 800억원대 230㎸ 초고압케이블 전력망 구축 프로젝트를 또다시 따냈다.

실적도 상승하고 있다. 2016년 연말(별도기준)에는 순이익 101억원을 내며 8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올 상반기에는 별도 재무제표 기준으로 전년 대비 매출은 36.4%, 영업이익은 174.4% 증가해 3배에 가까운 실적을 거뒀다. 영업이익률도 지난해에 1.5%에서 3.1%로 두배 이상 늘었다. 특히 2014년을 기점으로 구리 가격에 따라 매출에는 편차가 있지만 영업이익이 꾸준히 늘고 있다.

대한전선 안팎의 평가도 개선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2017년 8월 말 등급 만료까지 대한전선의 등급을 BB+(안정적)으로 유지했고 나이스신용평가는 대한전선의 계열사인 대한광통신의 신용등급을 10월 BB+로 올렸다. 금융당국도 대한전선을 시장 주도 구조조정의 좋은 사례로 꼽는다.

한계도 분명히 있다. 영업이익은 늘고 있지만 당기순이익은 3·4분기 기준 161억원 적자다. 영업만 열심히 할 게 아니라 재무구조 개선이 더 필요하다는 뜻이다. PEF의 인수로 경영은 개선됐지만 단기에 차익을 내야 하는 딜레마도 안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안정적인 수익창출과 지출통제는 긍정적이고 유동성 역시 사용하지 않은 여신과 현금성 자산만 2,500억원으로 유동성 위험에 가능성은 높지 않다”면서도 “단기적으로는 채권단과 약정에 따라 주주에 대한 배당 등 자금 유출을 통제했지만 일정 기간 후 투자 수익을 환원해야 하는 PEF 특성은 대한전선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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