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가 두 단계에 걸쳐 시작된다. ‘공익적 목적’이라는 설립 취지와 달리 대기업집단 총수 일가의 지배력 강화에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에서다. 공정위는 일부 조사의 경우 기업들이 협조하지 않으면 처벌도 가능하다는 입장인데 재계는 ‘법적 근거’가 약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공정위는 공익법인 운영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우선 1단계로 57개 공시 대상 기업집단을 대상으로 특수 관계인 현황에 관한 자료제출을 요청했다고 20일 밝혔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달 2일 5대 그룹 대표들과 만나 공익법인 전수조사를 예고한 바 있다.
공정위는 우선 이번 달부터 착수하는 1단계 조사에서 대상 기업집단에 소속 비영리법인 목록과 동일인 관련자에 해당하는지,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공익법인에 해당하는지 등을 조사하기로 했다. 조사 대상 중 세제 혜택을 받는 상속세·증여세법상 공익법인일 경우는 일반 현황과 설립 현황, 출연 현황, 지배구조, 주식 소요 현황 등 특수관계인 현황까지 제출 받는다.
공정위는 기업들이 이번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처벌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공정위의 고위관계자는 “정당한 이유 없이 자료제출을 거부하거나 허위 자료를 제출하면 공정거래법에 따라 2년 이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더불어 과거 동일인(총수) 관련자에서 제외 처분을 받았다고 신고한 비영리법인도 현재 시점에서 그 요건이 유효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제외 결정을 취소하는 조치도 이뤄질 방침이다.
공정위는 앞으로 한 달간 1단계 조사를 진행하고 내년 1월 2단계 실태 조사를 실시할 방침이다. 2단계 조사에서는 공익법인이 대기업집단의 편법적인 지배력 확대 수단으로 활용되는지 여부를 면밀히 들여다볼 계획이다. 다만 이 조사는 행정조사법에 따라 조사 대상자로부터 자발적 협조를 얻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기업이 조사에 협조하지 않아도 처벌할 근거가 없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공정위는 ‘자발적 협조’를 거듭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달 ‘대기업집단 공익법인에 대한 공정위의 조사 권한 범위’라는 제목의 입법조사 회답에서 “공익법인에 대한 조사가 조사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 최소한의 범위에서 이뤄지지 않으면 행정조사기본법 제4조를 어겨 위법한 조사가 될 수 있다”고 해석한 바 있다.
재계가 반발하는 이유도 같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경제검찰로 불리는 공정위가 자발적인 협조를 요청하는데 법을 근거로 거절할 수 있는 기업이 있을 수 있겠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세종=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