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은 궁극적으로 공유경제로 진행된다는 것이 세계경제포럼(WEF)을 비롯한 많은 기관의 일관된 예측이다. 소유의 현실과 공유의 가상이라는 두 세계가 융합하는 4차 산업혁명은 소유와 공유의 융합경제가 본질적 속성이다. 그런데 기술 발달에 의해 빠른 속도로 소유보다 공유의 비중이 늘고 있다. 이러한 공유경제에 근본적으로 대비하지 않은 국가는 4차 산업혁명의 후진국이 될 수밖에 없다. 4차 산업혁명으로 가는 길은 공유경제로 가는 길과 동일하다.
3차 산업혁명이 초래한 온라인 콘텐츠 공유경제는 신천지 개척이었다. 상대적으로 기득권자의 반발이 작았다. 네이버와 다음이 성장하는 데 기득권자의 진입장벽은 거의 없었다. 3차 산업혁명은 제도가 아니라 기술과 기업가정신의 경쟁이었기에 한국이 세계 최선두로 부상할 수 있었다. 한국의 기술 경쟁력은 10위권인데 제도의 경쟁력은 70위권 밖이라는 점을 명심하자. 한국의 경우 기술로 경쟁하는 분야는 글로벌 상위권에 도약하나 제도로 경쟁하는 분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하위권으로 처지고 있다. 그런데 4차 산업혁명은 기술보다 제도의 경쟁 게임이다. 드론·자율자동차·핀테크·원격의료 등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 중국에 뒤처진 이유는 분명히 기술이 아니라 규제의 문제다.
그런데 4차 산업혁명에서 현실과 가상이 융합하는 O2O(online 2 offline) 공유경제는 현실세계의 기득권자가 존재하며 각종 진입규제가 가로막고 있다. 소비자를 위하고 국가 혁신을 위해 기득권을 뛰어넘는 규제개혁 역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O2O 공유경제는 실현 불가능하다. 실제로 전 세계적으로 우버의 합법화는 소비자 주권 확립 여부에 달려 있다. 우버 도입으로 분명히 손해 보는 집단은 존재한다. 그러나 사회 전체로 봐서는 소비자 편익이 증대되고 사회적 비용은 감소하고 환경은 보전된다. 결국 사회 전체의 이익이냐 기득권자의 이익이냐 하는 힘의 논리로 귀결된다. 물론 플랫폼 사업자와 참여자 간의 공정한 이익분배 문제는 확립돼야 한다. 사회 전체의 이익이라는 충분조건과 이해관계자 간의 갈등 조정이라는 필요조건 충족이 문제 해결의 관건이 될 것이다.
공유경제의 핵심도 사회 전체와 개별 이해관계자 간의 이익갈등 문제다. 야간버스인 콜버스와 출퇴근 공유인 풀러스 등 차량공유 서비스는 기존 사업자와 충돌하지만 사회에는 이익이 된다. 그러나 이들 스타트업은 모두 규제로 힘들어하고 있다. 전 세계 스타트업의 70%는 한국에서 불법일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숱한 스타트업들은 한국 규제의 불확실성으로 사업을 접거나 해외로 이전하고 있다. 현재 입법부와 행정부에만 의지해서는 4차 산업혁명으로 가는 공유경제 확산을 기대하기 어렵다. 기득권 세력이 지금까지 강력한 힘을 발휘해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법과 제도의 재정비가 핵심적 과정이고 그 바탕은 소비자 주권 회복이다.
한국에서는 변호사·의사·세무사 등 ‘사’자가 들어가는 수많은 직업단체들이 강력한 진입장벽을 구축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전 세계에서 시행되는 원격의료를 좌초시킨 결과 초고령화사회 대책이 사라졌다. 편의점 약 판매를 힘으로 저지하고 있다. 그런데 소비자단체는 말이 없다. 생산 공급자의 단체들은 조직화돼 있고 힘이 있다. 선거 때 표의 결집력이 국회의원들에게 압력으로 작용해 법제도 형성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예를 들어 규제개혁이 필요한 규제영향평가 시스템의 많은 변수를 좌우하고 있다. 바로 규제영향평가 시스템의 객관화·투명화·실시간화가 필요한 이유다. 인공지능(AI) 기반의 규제영향평가 시스템이 시급히 개발돼야 한다. 각종 진입규제에서 진입은 쉽게 하고 퇴출을 강화하는 제도로 변형돼야 한다. 다산다사(多産多死)의 경제다. 퇴출의 판단은 소비자에게 하라는 것이다.
이제 한국 소비자들이 결집된 목소리를 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