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매각주관사인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18일부터 이틀간 각각 인수적격후보(쇼트리스트)로 선정된 중국건축과 호반건설을 대상으로 경영진 설명회를 열었다. 엘리언홀딩스는 예비입찰에 참여했으나 쇼트리스트에는 포함되지 못했다. 그러나 18일 설명회에 참석해 대우건설 경영 전반에 대한 질의응답을 벌였다. 대우건설 매각 관계자는 “쇼트리스트에 들어가지 못했지만 재무적 상황 등 추가적인 인수능력을 입증했기 때문에 설명회에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엘리언홀딩스는 2013년 홍콩에서 설립됐으며 2014년 새만금투자청이 주최한 한중 투자협력포럼에 첸궈싱 사장이 참석하기도 했다. 중국건축은 국내에서는 부산 엘시티 건설에 참여한 바 있는 중국 내 1위 건설사다.
인수적격후보인 중국계 사모투자펀드 퍼시픽얼라이언스그룹(PAG)은 또 다른 매각주관사인 메릴린치증권이 20일 경영진 설명회를 열 예정이었으나 중국건축의 요청으로 돌연 연기했다. 업계에서는 PAG가 중국건축과 컨소시엄을 이룰 것이라는 전망이 높았기 때문에 연기를 이와 관련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설명회 연기는 충분한 검토를 위해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대우건설 노조가 매각을 강력하게 반대하면서 대우건설 최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이 속도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노조는 현재 인수적격후보 모두에 부정적이며 19일까지 진행한 파업 찬반투표 결과에 따라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박창민 전 대우건설 사장의 선임 과정을 문제 삼아 산은 관계자를 검찰에 고발할 계획이다.
중국공정건축총공사, 호반건설 참여 경영 전반 질문
해외 수주 추가 부실 가능성과 아프리카 수주 상황에 관심
엇갈리는 향후전망과 노조 반대는 매각에 악영향
미래에셋대우 서울 을지로 본사에서 지난 18~19일 이틀간 진행한 대우건설매각 설명회에서는 중국건축공정총공사(중국건축)와 호반건설이 참여해 하루 8시간 넘게 마라톤 질의를 이어갔다. 대우건설 경영진과 최대주주인 KDB산업은행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설명회에서는 특히 170조원에 이르는 해외 수주사업의 추가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한 질문이 집중됐다.
설명회 참석자는 “같은 건설사 입장이어서 수월했고 해외사업 손실이나 국내 주택경기 하락 우려 등 예상된 질문에 대해 대우건설 경영진도 침착하게 답변했다”고 전했다. 해외사업 손실은 저유가가 근본 원인이고 여기에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정권 교체 등이 더해진 탓으로 대우건설뿐 아니라 중동에 진출한 모든 대형 건설사가 겪는 어려움이라고 대우건설 측은 설명했다. 오히려 국내 다른 건설사와 달리 대우건설이 선제적으로 손실을 털어내면서 인수 후 부실 우려를 덜었다고 강조했다.
중국건축은 대우건설의 아프리카 수주 프로젝트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중국은 2013년부터 시진핑 주석이 아프리카 5개국을 순방한 것을 계기로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중심으로 아프리카 에너지와 교통 인프라 건설투자를 늘리고 있다. 다만 아프리카 정부 입장에서 현지 투자에 따른 수익을 예상보다 많이 중국이 가져가고 부실공사 논란까지 일면서 중국 건설사에 대한 여론이 악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대우건설은 1977년부터 나이지리아를 시작으로 아프리카에 진출해 신뢰를 쌓았고 최근 알제리에서 6,200억원 규모의 CAFC 오일 프로젝트를 완료하는 등 알제리를 중심으로 수주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대우건설의 전망이 엇갈리는 점은 가격 산정 등 매각에 부정적이다. 건설사는 업종 특성상 업황이나 국내 부동산 정책, 해외 수주와 관련해 유가 상황이 총체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이 때문에 재무상황에 대해 상대적으로 명확하게 파악하려는 사모투자펀드와 산은 간 이견을 빚을 수 있다. 증권사들 역시 대우건설의 2018년 영업이익을 5,000억원대에서 1조원까지 다양하게 전망했다.
대우건설 내부 반발도 매각에 악영향이다. 대우건설 노조는 투명하지 않은 매각 절차를 통한 인수자 결정에 상당한 우려를 갖고 있다.
그러나 대우건설 일각에서 제기했던 미래에셋대우의 직접투자 가능성은 낮다. 매각 초기에는 해외 인수자가 유력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해외로 매각이 무산된 금호타이어나 동부제철 전기로처럼 먹튀 논란이 있을 경우 자금력을 갖춘 미래에셋대우가 직접 인수에 참여할 수 있다는 관측이 있었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과거에도 제안받은 바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은 관계자는 “대우건설은 방산 부문이 없고 기술유출 우려도 매우 낮기 때문에 중국 등 해외 매각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갖고 시작했다”고 했다.
/임세원·김보리기자 wh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