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호찬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목회와 신학’지에 기고한 글에서 “우리나라의 경우 기업과 정부를 중심으로 외부 감사, 각종 공시제도, 김영란법 등으로 재정 투명성을 증진하기 위한 노력이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며 “이에 비해 교회의 투명성 수준은 예전 그대로거나 혹은 서서히 개선되고 있어 두 조직 간의 기대치 차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윤리적으로 사회를 선도해야 할 교회가 오히려 사회의 투명성·공공성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황병구 한빛누리재단 본부장은 “재정 투명성에 대한 한국 교회의 기본적인 태도는 부정적이고 폐쇄적”이라며 “그 근저에는 교회의 ‘가족주의’라는 것이 있다”고 말했다. 즉 교회는 스스로를 ‘확대된 가족공동체’로 인식해 부끄러운 일, 민감한 일 등을 외부로 알리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 실제 이번 취재 과정에서 서울의 한 대형 교회 장로는 “왜 언론이 교회의 재정 투명성을 조사하느냐. 어느 가정이 자기 재정상황을 외부로 공개하는 것 봤느냐”고 말했다. 황 본부장은 “목회자의 잘못에 대해 공개해서 옳고 그름을 가리기보다 덮고 가려는 경향 역시 가족주의에 기인한다”며 “한국 교회가 이 같은 사적 정체성을 벗어나 공적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즉 교회의 헌금이나 재정 운용, 각종 사업 및 활동 등이 가족공동체의 상호 부조가 아니고 공적 조직으로서 공적 의미가 있다는 인식론적 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정재영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문제의 핵심은 교회의 활동이 공공성을 띠고 있으며 사회에 대한 책임을 다하고 있느냐 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점에서 교회 재정의 투명성은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재정이 아무리 투명해도 그 운영이 교회의 공적인 책임과는 무관하게 개교회 중심으로만 사용한다면 그 의미는 반감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