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와 의회가 20일(현지시간) 법인세를 대폭 인하하는 법안을 통과시켜 기업들로부터 환호를 받은 반면 문재인 대통령은 새해 초 서울 삼성동에서 열리는 경제계의 ‘2018년 신년인사회’ 불참을 통보한 것으로 21일 확인돼 기업들의 실망을 자초했다.
문 대통령은 경제계 신년인사회 불참 대신 청와대에서 여는 내년 초의 신년인사회에 재계 대표들도 함께 초청해 의견을 경청하기로 했다. 하지만 청와대 행사는 경제계뿐 아니라 각계 부문 대표자들도 참석하는 자리여서 재계가 상대적으로 홀대받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의회가 대규모 감세안을 내놓고 이에 컴캐스트와 AT&T 등 주요 기업들이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화답하는 등 기업과 정부가 소통하고 협심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과 대조적이어서 우려의 기운도 감지되고 있다. ★관련기사 10면
경제계 신년인사회는 대한상공회의소가 여는 재계 최대 연례행사다. 과거에는 대통령들이 매년 참석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불참 이유에 대해 “대통령의 바쁜 업무 특성상 외부 신년회를 참석하기 힘든 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빠지면서 대신 이낙연 국무총리가 대한상의 신년회에 참석해 축사와 대통령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내년에 문 대통령까지 불참하게 되면서 2년 연속 대통령이 빠진 행사가 되는 데 대해 재계가 많이 서운해하는 분위기다. 과거 김대중·이명박 전 대통령도 5년 재임 기간에 매년 행사를 찾았으며 노무현 전 대통령은 취임 4년째인 2007년 한명숙 당시 총리를 대신 참석시킨 것을 제외하고는 매년 참석했다.
혹시나 대통령이 재계를 멀리하려는 것 아닌지 하는 우려의 기운도 경제계에서 감지된다. 박 전 대통령의 올해 신년회 불참은 탄핵정국 등으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지만 문 대통령은 국정지지율이 70%대를 오가며 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박 전 대통령과는 사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의 또 다른 고위관계자는 “재계를 홀대하려는 게 아니라 정말 지금 대통령이 신년에 일정이 너무 빠듯하다”며 “새 정부 출범 후 경제계에서 문 대통령이 가장 먼저 만난 분들이 대한상의 회장과 재계 주요 총수분들이었는데 재계 홀대라고 곡해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선을 그었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재계와 거리를 두려는 게 아니라 기존의 관행과는 다른 방식으로 소통하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문 대통령의 경제교사 역할을 해온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의 경우도 최근 경제계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자 기업인들과 만남을 가지려 했다가 해당 자리를 세팅하는 과정에서 대한상의 측이 상위 8대 그룹의 주요 경영자들을 중심으로 약속을 잡으려 하자 날짜를 연기하고 참석자와 만남의 형식도 다시 정하기로 했다.
청와대가 기업에 서열을 매겨 만나던 관례에서 벗어나 기업의 규모 등에 관계없이 실질적으로 경영 애로가 있거나 정책 건의 사안이 있는 기업인들을 소탈하게 만나겠다는 차원이었다.
다른 한편에서는 문 대통령이 내년 평창동계올림픽 개최 준비와 한반도 위기 상황 관리에 집중하기 위해 대외행사 등을 가급적 줄이는 것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최근 북한이 평창올림픽 기간까지 군사 도발을 중지할 경우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연기하는 방안을 미국 측에 제안했을 정도로 평창 건과 북핵 문제가 중대한 시점에 와 있기 때문이다.
한편 내년 경제계 신년인사회에 문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재계 총수들의 참석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올 초 행사에는 주요 그룹 총수 가운데 상당수가 불참했다. 대한상의는 현재 기업들을 상대로 참석자 신청을 받고 있으며 조만간 명단을 확정할 것으로 전해졌다./민병권·이태규기자 newsroo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