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꽂이-촘스키, 절망의 시대에 희망을 말하다] '청개구리 트럼프' 바로 잡을 방법은

■노엄 촘스키 지음, 사일런스 북 펴냄





1997년 한국에 금융위기가 찾아왔을 때 국제통화기금(IMF)를 비롯한 미국 재무성은 이자율을 높여 경제의 순환을 늦추며, 서구 국가들이 그 자산을 사들일 수 있도록 기업 민영화 정책을 펴는 등 신자유주의 정책을 요구했다. 하지만 10년 뒤 미국에 금융위기가 찾아왔을 땐 자국에 부채는 신경쓰지 않아도 되도록 이자율을 0%까지 낮추고 ‘국영화’라는 단어를 직접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부채를 공영화해 공적 자금을 금융기관의 주머니에 털어 넣어주는 정책을 시행했다. 촘스키는 이런 이중적인 잣대가 1세계와 3세계를 구분하는 척도였으며, 사람들이 이렇게 뚜렷이 대조되는 정책을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점, 그리고 경제적인 계급을 고착화시키고 있다는 점이 신자유주의의 폐해라고 강조했다.

이 책은 언어학의 아버지이자 철학자, 인지과학자, 사회비평가인 이 시대 최고의 석학 촘스키가 미국의 진보매체 ‘트루스아웃(truthout)’과 진행한 인터뷰를 묶었다. 이슬람국가(IS)부터 브렉시트,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까지 혼란스러운 현 시기를 그만의 통찰력으로 풀어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현 시대의 국제정세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지만, 촘스키는 희망적인 관점을 선택한다. 책 말미에 그는 ‘낙관주의(옵티니즘) 말고 그 밖에 또 어떤 선택이 있겠는가’라 반문한다.


촘스키는 트럼프의 당선과 유럽의 극우화가 진행되고 있는 현 상황을 1930년대에 비교했다. 그가 어릴 때 본 히틀러의 연설 영상을 언급하며 당시 그는 독일어를 전혀 하지 못했지만 영상 속 히틀러의 말투와 청중의 분위기를 보고 공포를 직감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그는 민중의 힘을 믿었다. 대중이 제대로 조직화하고 유능한 리더에 의해 동원돼 행동에 나서면 트럼프의 행보를 제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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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스캔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촘스키는 “러시아가 미국의 선거에 영향을 끼치려는 노력을 둘러싸고 미국 고위관계자와 언론이 호들갑을 떠는 모습을 지켜보며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웃느라 쓰러졌을 것”이라 밝혔다. 다른 국가의 선거에 개입하는 것은 미국 정부의 특기였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촘스키를 종종 아나키스트로 규정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 그가 가장 중요하다고 느끼는 가치는 ‘민중의 행복’임을 알게 된다. 그는 민중의 삶에 유해한 권력과 시스템은 자본주의든 공산주의든 상관없이 몇 번이고 끌어내려야 한다고 단언한다. 또한 이런 민주주의에서 제일 중요한 요소는 ‘단합된 민중들의 조직적인 역량’임을 강조했다. 1만4,000원

우영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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