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농사 짓고 전기도 팔고...영농형 태양광 닻 올린다

정부 내년부터 시범사업

농촌 소득 크게 올리고

쌀 과잉생산도 해결 기대

독일 태양에너지 관련 연구기관인 프라운호퍼 ISE의 ‘영농형 태양광(Agrophotovoltaics)’ 실증사업 농지에서 수확이 이뤄지고 있다. /사진제공=프라운호퍼ISE독일 태양에너지 관련 연구기관인 프라운호퍼 ISE의 ‘영농형 태양광(Agrophotovoltaics)’ 실증사업 농지에서 수확이 이뤄지고 있다. /사진제공=프라운호퍼ISE


일본 지바현에 사는 마코토 다카자와(51)씨. 그는 750㎡ 남짓의 작은 밭에서 지난 2013년 한 해 동안 170만엔(한화 약 1,600만원)이라는 짭짤한 수익을 올렸다. 농촌에서 보기 힘든 고소득의 비결은 어디에 있었을까. 땅에 심은 땅콩·참마·가지·오이·토마토·배추 등의 농작물을 키워 남긴 돈은 10만엔. 이웃 농가와 비교해 그저 그런 벌이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 위에 듬성듬성 올린 태양광 패널에서 만들어진 전기를 팔아 번 돈이 160만엔에 달했다. 마코토씨의 이 같은 ‘이중 수확’은 그해 일본 농림수산성이 농지 위에 발전시설을 지을 수 있도록 농지법을 고쳐줬기 때문에 가능했다. 지난해까지 그를 포함한 775명의 농부가 이를 통해 소득을 높이고 있다.

‘영농형 태양광(Agrophotovoltaics)’의 연원은 1981년까지 올라간다. 독일의 아돌프 괴츠베르거 박사가 농지 위에 태양광에너지 집열판을 올리고도 감자 농사를 지을 수 있다는 아이디어의 논문을 내놓는다. 그가 세운 프라운호퍼 ISE 연구소가 이 아이디어를 이어받아 2011년부터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했다.

과학적 배경은 ‘광포화점 이론’이다. 식물은 빛의 세기에 비례해 광합성을 하고 열매를 맺는다. 하지만 빛의 세기가 일정 수준에 다다르면 광합성이 일어나지 않는데 이 지점이 광포화점이다. 농작물 생육에 필요한 태양광은 그대로 투과하되 남는 빛을 모아 전력을 생산해내는 게 바로 영농형 태양광 기술이다.


성과는 프라운호퍼 ISE가 2015년 시작한 실증사업에서도 명확히 나타난다. 3분의1㏊ 농지 위에 194㎾의 전력을 생산하는 태양광 패널 720개를 드문드문 설치하고 그 밑에 감자나 밀·셀러리 등을 길렀다. 결과는 62가구(4인 가족 기준)가 동시에 쓸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하고도 수확량은 18~19% 감소하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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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영농형 태양광은 농사와 태양광 발전을 각각 하는 것보다 이론적으로 수확량을 60%가량 늘릴 수 있다. 예를 들어 1㏊의 땅의 농작물 수확량을 100, 나머지 1㏊ 땅에 지은 태양광 발전시설의 전력생산량을 100이라고 가정하자. 양쪽 모두에 영농형 태양광 사업을 하게 되면 1㏊당 농작물 수확량과 전력 생산량은 앞선 사례의 80%가량. 전체 면적이 2㏊인 점을 감안하면 수확량은 160%, 전력 생산량도 160%가 되는 셈이다.

정부가 20일 발표한 신재생3020 이행계획에서 내년 40㎿ 규모의 영농형 태양광 시범사업을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이 같은 영농형 태양광 사업이 ‘일석사조’의 효과가 있다. 우선 유휴 부지가 부족한 환경에서 가장 양질의 빛이 쬐는 농지에 태양광 설비를 지을 수 있는데다 주민 반발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 또 농촌의 소득도 크게 끌어올릴 수 있고 과잉생산에 몸살을 앓고 있는 쌀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김성수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정책실장은 “영농형 태양광은 새로운 형태의 이모작으로 독일과 일본은 벼 이외에 다른 작물로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며 “고령화하고 있는 농촌 어르신들의 노후연금과 같은 안전판 역할도 할 수 있고 쌀 생산량 과잉해소와 직불금 증가 등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말했다.

세종=김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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