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이사람] 제임스 최 "호주의 화합·포용정신으로 평창올림픽 홍보 앞장서야죠"

제임스 최 첫 한국계 주한 호주대사

이민자 많은 호주, 개방성 강점

실력 갖췄다면 누구에게나 기회

피부색 달라 낯설었던 어린시절

스포츠 통해 리더십 배우고 융합

지금도 마라톤 하며 주재국 이해

한국-호주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

G2 대립 속 양국 협력 더욱 중요

제임스 최 주한호주대사 인터뷰/권욱기자제임스 최 주한호주대사 인터뷰/권욱기자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주한 호주 대사관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호주 올림픽위원회의 마스코트인 노란 캥거루 ‘조이’였다. 대사관 곳곳에 갖가지 크기로 위치한 조이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공식 티셔츠를 입고 있어 특히 이채로웠다. 내년 2월로 다가온 평창동계올림픽이 주재국의 행사인지 본국의 행사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조이는 온몸으로 올림픽을 홍보하고 있었다. 제임스 최 주한 호주대사는 “조이는 호주의 건국 가치인 ‘화합과 포용의 정신’을 스포츠를 통해 대변해온 주인공”이라며 “전 세계인을 하나로 이어주는 스포츠 행사 올림픽을 홍보하는 것은 주재국 외교사절로서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한국에 부임한 최 대사는 한국·호주 외교관계가 수립된 지난 1961년 이후 첫 번째로 배출된 한국계 주한 호주대사다. 부임 초반 유창한 한국어와 한국계라는 배경으로 주목받았던 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스포츠를 통한 외교’ 등 대사로서의 외교 선린관계 활동으로 명성을 얻으며 빠른 시일 내에 가장 잘 알려진 주한 외교사절 중 한 명으로 부상했다.


최 대사는 “피부색이 달라 낯설었던 어린 시절 호주사회에 진정으로 융합되고 리더십을 배울 수 있게 해준 통로가 다름 아닌 스포츠였다”며 “스포츠를 즐기며 우정과 화합을 배웠기에 부임지마다 스포츠 외교를 통해 외교사절로서의 소임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1년 동안 그는 서울에서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했고 하프 마라톤과 10㎞도 뛰었다. 탁구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의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과 1대1로 겨뤄 만만찮은 실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대사로서의 첫 부임지였던 덴마크는 물론 외교관으로 근무했던 나라마다 마라톤 등 각종 스포츠를 지역민들과 함께하면서 주재국을 이해하고 각국의 정체성을 배우는 기회로 삼았다.

외교관이라는 직업을 택하게 된 것도 같은 연장선에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최 대사는 “이민자로 이뤄진 호주는 화합과 포용의 정신이 특히 강점”이라며 “나에게 기회를 준 화합과 포용 정신을 각국과 나눌 수 있는 외교관을 자연스럽게 꿈꿔 오늘에 이르게 됐다”고 말했다.

제임스 최 주한호주대사 인터뷰/권욱기자


이 같은 사회적 개방성은 발전하는 나라의 공통된 특징이라는 게 그의 평가이기도 했다. 그는 “가난한 나라와 잘사는 나라의 차이는 유연함과 개방성에 있었다”며 “외교관으로 이러한 자유주의적 가치를 지켜가고 설파하는 것이 본국과 주재국 모두를 위한 소임이라 본다”고 말했다. 그는 “호주에서 외교관의 길을 걸으며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었던 이유도 실력을 갖췄다면 누구에게나 기회를 주는 개방된 사회였기 때문”이라며 그는 사회적 포용력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최 대사는 이어 “부임 당시 대사관이 위치한 광화문 일대는 촛불의 함성으로 가득했다”며 “민주적으로 사태를 풀어가는 모습에 한국의 성숙한 민주주의와 한국민들의 높아진 화합 및 포용 정신을 다시 한 번 실감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때문에 그는 경제규모가 12~13위로 엇비슷하고 열강에 속하지는 않지만 결코 약하지 않은 한국과 호주가 다시 한 번 협력 관계를 진일보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전 세계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가속과 북핵 위기, 미국과 중국 등 주요2개국(G2)의 대립 등 분열 양상으로만 치닫고 있기에 화합과 포용의 정신이 더욱 요구된다는 것이다. ‘한국은 호주의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임을 인터뷰 내내 강조한 그는 “양국이 협력해 자유무역과 개방문화의 가치를 지키는 데 힘을 모은다면 열강의 목소리만이 들리는 글로벌 사회에 또 다른 울림을 만들며 전략적 위치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G2의 대립 속에 태평양 시대를 맞아 권역 내 위상에도 변화가 일고 있는 만큼 군사·안보 협력을 포함한 전략적 이익을 공유할 때 양국 모두에 ‘윈윈’이 되며 전략적 동반자 국가로 자연스럽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무역 등 경제 분야에서도 양국 간 더욱 큰 협력이 필요하다고 그는 말했다. 최 대사는 지난 1년 동안 한국 증권·자산운용사를 호주로 초청해 호주 금융시장을 소개하고 10월 호주 재무장관이 답방하며 각종 협력 및 교류를 이끌어내는 등 양국의 금융 협력환경 구축에 상당한 진보를 봤다. 인프라 투자로 이름난 호주 자산운용사 IFM인베스터스가 국내 운용사와의 협업에 이어 서울사무소를 설립하고 한국 시장에 진출하기도 했다. “호주는 세계 4위 연기금투자 강국이고 서비스업이 특히 발달했다”며 “자원과 기술력을 지닌 호주와 정보 기업이 많은 한국이 개인 및 기업 차원에서 금융·무역 협력을 강화한다면 미·중에 치우친 양국의 무역구조를 개선하는 등 긍정적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각종 산업과 정보통신기술(ICT) 결합ㆍ융복합 등을 추진하고 펀드의 교차 판매가 가능하도록 제도를 손질하는 식의 다방면의 협력도 가능할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서비스업이 특히 발달한 호주와 서비스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는 한국이 공동 협력을 강화한다면 동반 해외 진출 등도 가능할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관련기사



대사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한국의 규제 문화에 대한 평가도 잊지 않았다. 그는 금융업을 예로 들며 “호주가 대원칙을 세우고 세부사항에 자율성을 부여한다면 한국은 세부적인 개별 규제에 집중해 허용 항목이 아니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허용 항목만을 정하는 한국의 ‘포지티브 규제’를 금지 사항 정도만 정하는 ‘네거티브 규제’로 바꾸는 혁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리드하는 국가로 부상하기 위해서도 전 산업 분야에서의 네거티브 규제 전환이 절실하다고 그는 평했다.

서울 부임 이후 그는 한국계 해외 동포와 교류하고 한국 대학생들을 즐겨 만나는 등 ‘움직이는 외교관’으로도 명망이 높다. 실제로도 그는 인터뷰 내내 불쑥 튀어나오는 유창한 우리말 실력을 감추기 어려워했다. 한국어와 영어 모두가 유창한 그와의 대화에서는 그러나 통역관을 사이에 두고 한국어로 질문하는 것도 영어 답변을 듣는 것도 그리 어색하지 않았다. 양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갖춘 탓인지 되레 인터뷰 전반이 농익는 듯했다. 만 3세에 호주로 이민을 떠났지만 부모로부터 한국어를 배웠고 수차례 한국을 방문하며 한국 문화를 잊지 않고 성장한 때문이라 했다.

이런 그에게 한국 부임은 ‘원점’으로 돌아가는 인생의 순환이라는 의미도 있다. 그는 동일한 호주 이민자로 1990년대 한국에서 첫 근무했을 당시 처음 만났던 조앤 리와 출생지인 한국 부임에 앞서 결혼하기도 했다.

다만 최 대사는 거스 히딩크 감독으로 인해 위계질서를 깨고 발전한 한국 축구의 예를 들며 한국 문화에 대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그는 “대사로서 각계각층의 한국인들과 교류하다 보면 종국에는 테이블 내에서 가장 나이 많은 사람이나 지위가 높은 사람만 발언하는 것을 보게 된다”면서 “특유의 위계질서가 사회 경쟁력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발전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꿈을 잃고 흔들리는 한국 젊은이들에 대한 조언도 뒤따랐다. 그는 “보기에만 좋은 인생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나만의 삶을 디자인하며 살아야 한다”면서 “젊은이라면 남들이 좋다고 말하는 좁은 미래에 매달리기보다 자신을 믿고 나아가야 한다”고 권했다.

◇He is...

△1970년 서울 △시드니대학교 경제학과 △모나쉬대학교 문학 석사 △1994년 호주 외교통상부 입사 △1995년 주한 호주대사관 3등서기관 △2002년 유엔 호주대표부 참사관 △2010년 주 덴마크 호주대사 △2013년 호주 외교통상부 장관실 수석자문 △2016 주한 호주대사

김희원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