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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평창] 설원 위의 F1…'흑색엔진'도 달려야죠

남아공 스키대표 지브 스필먼

알파인스키 회전 출전권 눈앞

"개막식 선수 입장 손꼽아 기다려

아프리카 아이들에 롤모델 될 것"

男스노보드 우간다 마베제도

국가 첫 동계올림픽 출전 담금질

남아공 알파인스키 대표 지브 스필먼남아공 알파인스키 대표 지브 스필먼




그동안 동계스포츠는 사실상 백인들의 전유물이었다. 특히 아프리카에 거주하는 흑인들은 기후적 영향으로 동계스포츠 자체에 아예 흥미가 없거나 관심이 있어도 비싼 장비와 훈련 때문에 엄두도 내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대회가 주로 북미나 동·북유럽에서 열려 이동이 번거로운 이유도 있다. 역대 동계올림픽에서 흑인 메달리스트의 국적은 모두 미국이나 캐나다, 아니면 독일이었다. 지난 1988년 캘거리 대회에서 미국 피겨의 데비 토머스가 따낸 동메달이 흑인 최초의 동계올림픽 메달로 기록돼 있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 때는 금메달도 나왔다. 보네타 플라워스가 봅슬레이에서 우승한 것. 그 역시 미국 국적이었다. 아프리카 국가가 동계올림픽에 처음 출전한 것은 1984년이다. 아프리카 선수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주관 동계 대회에서 메달을 딴 사례는 2012년 아담 라마메디(모로코)가 유일하다. 꿈나무들의 무대인 유스올림픽에서였다. 당시 인스브루크동계유스올림픽 남자 알파인스키에서 금메달을 따낸 라마메디는 “나는 아프리카에서 왔다”고 당당하게 외쳤다. 라마메디는 퀘벡에 거주하며 캐나다 대표팀과 함께 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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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에서 개막식 선수 입장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스키 대표 지브 스필먼(22)의 멈추지 않는 도전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22일(이하 한국시간) 로이터에 소개된 스필먼은 남아공 알파인스키 사상 동계올림픽에 참가하는 첫 번째 흑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달 19일 터키 알파인스키선수권 회전 종목에서 20위에 오르며 국제스키연맹(FIS) 랭킹 포인트 141점을 얻은 스필먼은 평창올림픽 출전을 다음달 확정 짓겠다는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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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와 남아공 코사족 언어를 쓰는 스필먼은 남아공의 작고 가난한 마을 바클리이스트 출신으로 지금도 그곳에 산다. 남아공에서는 극히 드물게 겨울에는 눈도 제법 오는 곳이다. 스필먼은 남아공 동계스포츠의 전설 알렉스 히스가 진행한 스키강습 재능기부를 통해 스키에 입문, 국가대표까지 됐다. 그는 “이제는 내가 동계스포츠 올림피언을 꿈꾸는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좋은 롤모델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평창에서 세계적인 스키선수들과 교류하는 것 자체가 엄청난 경험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감추지 않았다.

스필먼은 사실 2014소치올림픽에 턱걸이로 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남아공 체육당국은 “올림픽에 나가봤자 제대로 된 경쟁을 할 기량이 안 된다”며 선수의 권리를 박탈해버렸다. 남아공 당국의 이 같은 결정은 당시 스포츠계에 큰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때는 서운한 마음이 컸지만 더 독하게 훈련했다”는 스필먼은 지금은 누구도 ‘딴죽’을 걸지 못할 만큼 경쟁력을 갖췄다. 남아공스키협회는 그런 스필먼에게 해외 체재비와 장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스필먼은 “남아공에 눈과 스키가 매우 드물다는 사실이 오히려 동기부여가 된다”며 “내가 사랑하는 일을 하면서 세계를 누비는 게 얼마나 멋진 일인지 모른다”고 자랑스러워했다. 부끄럽고 아픈 역사를 지닌 남아공에 스필먼의 평창올림픽 활약은 남다른 의미로 다가갈 것이다. 남아공은 아파르트헤이트(흑인과 백인을 분리하는 인종차별 정책) 탓에 IOC로부터 1964년부터 1988년 서울올림픽까지 올림픽 참가 금지 조치를 당했다.

평창올림픽에는 스필먼처럼 아프리카에서 일생일대의 여행을 준비하는 선수들이 유독 많다. 나이지리아 여자 봅슬레이와 스켈레톤 대표팀, 가나 스켈레톤 선수 등이다. 자력으로 출전권을 따냈거나 국제연맹의 배려로 평창행을 앞두고 있다. 남자 스노보드의 브롤린 마베제(우간다)도 평창올림픽에서 우간다 최초의 동계올림픽 출전이라는 새 역사를 가능성이 크다. 마베제도 스필먼과 비슷한 얘기를 했다. “평창올림픽 개막식에서 우간다 국기를 들고 입장하는 장면을 그리고 있어요. 미래에 아이들이 걸어갈 길을 잘 닦아놓아야죠.”

우간다 스노보드 대표 브롤린 마베제우간다 스노보드 대표 브롤린 마베제


양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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