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여명] '한반도 전운' 걷어내려면…

고광본 바이오IT부 선임기자

북미 '말폭탄' 신경전 여전하지만

文대통령 홀대론에도 전략적 행보

김정은, 대화 통해 윈윈 모색하길

고광본 선임기자


“중국인들은 오랜 친구나 이웃이라도 계산할 것은 하는 게 전통이다.” 지난 13일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 보름 전쯤 한국기자협회 사무실에서 정규성 회장과 함께 인민일보·환구시보 등 10여명의 중국 기자단과 80분 정도 환담했을 때 중국 측에서 불쑥 꺼낸 얘기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3불에 대해 정확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으면 환영받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3불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추가배치 반대 △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 편입 반대 △한미일 군사동맹 반대를 일컫는다. 이에 기자는 “문 대통령은 미국 못지않게 중국과의 관계를 중시하는데 당신들이 계속 압박해 곤란하게 하면 한국인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문 대통령의 방중 당시 혼밥과 기자 폭행 등을 놓고 ‘홀대’ 논란이 불거졌다. 문 대통령을 향해 ‘조공·구걸외교를 했다’는 야당의 주장도 나왔고 피해자인 기자를 놓고 오히려 ‘기레기가 맞을 짓을 했다’는 억지주장도 많았다.

기레기 운운은 어이없어 차치하더라도 조공·구걸외교 주장은 작금의 엄중한 한반도 상황을 고려하면 따져볼 문제다. 한중 간 사드를 풀자는 10·31 합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드 후폭풍이 작지 않은데다 북한의 핵·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로 북미 간 전운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중국인의 마음을 잡기 위해 전략적 행보를 한 문 대통령의 진심을 평가해줄 부분도 적지 않다.


그만큼 한반도 정세가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미국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22일(현지시간) 군부대를 방문해 “여전히 평화적으로 갈등을 풀어나갈 시간이 있다”면서도 “한반도에 폭풍우 구름이 몰려오고 있다”며 전쟁준비 태세를 강조했다. 반면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유엔 안보리가 22일(현지시간) 원유공급 상한선을 연간 400만배럴로 제한하는 조치를 결의하자 23일 “대담하고 통 큰 작전들을 더욱 과감히 전개해나갈 것”이라며 추가 도발 의지를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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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등 해외투자자도 동요하는 조짐이 보인다. 인공지능·빅데이터 벤처인 A사 L사장은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 투자자와 1,200만달러 투자유치 계약을 맺었지만 정작 돈은 한 푼도 받지 못했다”며 “방한한 미국 투자자가 ‘한반도에서 전쟁 나면 어떡하느냐’며 계약을 내년 3월 이후로 미루자고 해 우선 계약만 체결했는데 정부가 해외 로드쇼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한숨을 쉬었다.

우리 모두 냉철해져야 한다. 평창올림픽(2월9~25일, 패럴림픽은 3월9~18일)을 앞두고 김정은에게는 ‘전쟁 나면 북한은 궤멸한다’며 경거망동하지 말 것을 강력히 경고하는 한편 북미관계 정상화의 촉매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문 대통령이 19일 미국 NBC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도발을 중단하는 경우 한미 군사훈련을 연기하자고 미국에 제안했다”고 밝힌 것은 고육지책이나 당장 짙은 먹구름을 제거하려는 현실적 방안이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도 12일(현지시간) 북한에 조건없는 대화를 제안한 바 있다.

김정은은 대북정책에서 ‘최대압박과 관여’를 표방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인내심이 바닥나기 전에 대화에 응하는 게 현명하다. 7차 핵실험을 하거나 ICBM을 추가 발사해 핵 무력을 완성한 뒤 대화하겠다는 것은 ‘섶을 지고 불에 뛰어들겠다’는 격이다. 북미관계 정상화 등 윈윈방안을 찾아야 한다. 우리는 공식라인과 함께 이방카-쿠슈너 라인 공략 등 한미동맹을 굳건히 재구축하고 중국과의 관계회복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혹시나 모를 한반도 급변 사태시 우리가 객으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말이다.

“2차대전이 끝나고 유럽에서는 가해자가 분단됐는데 아시아에서는 피해자가 분단됐고 전쟁의 고통까지 겪었다. 분단국가 국민은 분단을 정치적 이득을 위해 이용하는 자들에 의해 더 고통받는다.” 북한 군부 쿠데타와 한반도 핵전쟁을 가정한 영화 ‘강철비’에서 주연인 곽철우의 말이다. /kbgo@sedaily.com

고광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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