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韓수출 저승사자' 美무역법 232조 눈앞

정부, 철강기업들에 "내년초 법 발동 유력...수출목표 낮춰달라"주문



미국이 우리 철강제품에 대한 보복관세의 강도를 높이자 정부가 “철강제품의 (대미) 수출목표를 낮춰잡아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우리 정부는 특히 수출기업의 저승사자인 무역확장법 232조를 미국이 발동해 극단적 수입규제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정부가 지난 21일 한국무역협회 및 철강업계와 함께 회의를 열어 업계에 ‘물량축소’ 등 사전대응을 요청한 셈이다. ★관련기사 3면

무역확장법 232조는 특정 제품이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될 경우 관세폭탄과 함께 수입물량까지 제한하는 초강력 무역제재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4월 한국을 비롯한 외국산 철강제품 수입에 232조를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하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미국 철강업계가 수입산에 밀려 고사한 상태에서 만에 하나 외국이 공급을 끊는다면 안보에 필요한 군수품 등도 만들 수 없게 된다는 논리구조다. 미국 상무부는 내년 1월 중순 트럼프 대통령에게 조사보고서를 제출한다.


회의에 참석했던 한 철강업계 고위관계자는 이날 “정부 관계자는 232조와 관련한 미국의 조사 분위기가 우리 업계에 상당히 부정적이라고 말했다”면서 “이를 고려해 대미 수출계획을 보수적으로 잡아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무역확장법 232조 발동이 유력한 만큼 업계도 미리 대응해야 한다는 ‘사인’을 정부가 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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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앞으로 백악관과 직접 접촉해 의견을 개진하겠다는 계획도 설명했다. 아울러 기존 제재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겠다는 뜻도 피력했다. 정부는 제소를 위한 실무검토를 끝낸 것으로 알려졌다.

목표치를 낮추라는 정부의 권고에 철강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 회의 참석자는 “막무가내식 제재로 대미 수출물량은 계속 쪼그라들고 있는데 목표를 더 낮추라니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김우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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