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카드사·은행 등 민간 금융사들이 국민행복기금에 넘겼던 부실채권 중 채무자가 정상 상환 중인 채권을 일괄 매입하기 위해 이달 초부터 회계법인을 통해 매입대금을 산정하고 있다. 국민행복기금은 지난 2013년 출범 당시 금융사들의 부실채권을 저가로 매입하고 이후 채권 회수금을 금융사에 돌려주는 방식으로 운영해왔다.
이번에 캠코가 채권을 매입하면 그 대금은 각 금융사에 돌아가는데 당국은 이 가운데 일부를 금융사들로부터 기부금 형식으로 받아 내년 초 대부업체 등 국민행복기금이 보유하지 않은 장기소액연체채권을 사들여 소각할 방침이다. 서민금융 관련 시민단체나 사회단체의 기부 협조도 구하기로 했다. 빚 탕감을 둘러싼 ‘도덕적 해이’ 논란을 우려해 매입 비용에 세금은 투입하지 않는다는 게 금융당국의 입장이다.
이에 따라 금융회사들은 기부금 출연 규모를 놓고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다. 특히 올해 들어 실적이 악화된 카드업계가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신한·삼성 등 8개 카드사의 올 3·4분기 순이익은 4,19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가량 줄었다. 이에 여신금융협회는 지난주 카드업계 실무자 회의를 열고 기부금 출연과 관련된 현황 파악에 나섰다.
문제는 카드사별로 국민행복기금에 매각한 채권규모가 크게 다르다는 점이다. A사의 경우 2013년 국민행복기금에 채권을 넘기면서 518억원의 매각이익을 얻은 반면 B사의 매각이익은 31억원에 불과했다. 이를 감안하면 캠코에서 산정 중인 채권 매입대금도 카드사마다 큰 격차가 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여신금융협회에서는 회사 간 형평성 문제가 불거지지 않도록 업계의 의견을 조율할 방침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대부업체 등이 보유한 장기소액연체채권 소각에 활용되기 때문에 최대한 협조할 생각”이라면서도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으로 최근 실적이 부진해 돌려받은 금액 전부를 기부금으로 출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