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아스널의 올리비에 지루(31·프랑스)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간판스타 조던 스피스(24·미국)가 2017년을 가장 빛낸 올해의 골과 올해의 샷의 주인공으로 선정됐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올 한 해 스포츠계 이슈를 ‘올해의 ○○○’로 정리했는데 그라운드 위 올해의 골은 지루의 ‘스코피언 킥’이 차지했다. 지루는 지난 1월2일(이하 한국시간) 런던 에미리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크리스털 팰리스와의 EPL 홈경기(2대0 아스널 승)에서 전반 17분 환상적인 골을 터뜨렸다. 알렉시스 산체스의 왼쪽 크로스가 발 앞이 아닌 등 뒤로 향했으나 지루는 전갈처럼 몸을 꼬아 왼발 뒤꿈치로 기어이 슈팅에 성공했다. 발을 떠난 공은 크로스바를 맞고 골라인을 넘어갔다. 지루는 당시 “행운이었다. 그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슈팅 동작이었다”고 말했다. 연초에 나온 장면인데 거의 1년이 지나도록 지루의 스코피언 골보다 멋진 골은 나오지 않은 것으로 NYT는 판단했다. 지루의 이 득점은 10월 국제축구연맹(FIFA)이 선정한 올해 최고의 골로도 뽑혔다. 지루는 그러나 이후 올 시즌 주전에서 밀려나고 부상까지 입는 등 시련의 계절을 보내고 있다.
클럽을 이용한 올해의 샷은 스피스가 6월26일 미국 코네티컷주 리버하일랜즈TPC에서 터뜨린 벙커샷 버디다. 18번홀(파4)에서 진행된 PGA 투어 트래블러스 챔피언십 첫 번째 연장. 스피스가 두 번째 샷을 빠뜨린 곳은 키 높이의 까다로운 벙커라 파 세이브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스피스의 웨지를 떠난 볼은 안정된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더니 홀로 굴러 들어갔다. 스피스는 클럽을 내던진 뒤 캐디와 몸을 부딪치며 환호했고 갤러리들도 마찬가지였다. 이후 경쟁자 대니얼 버거의 그린 밖 버디 퍼트가 빗나가면서 스피스는 PGA 투어 통산 10승 고지를 밟았다. 2013년 데뷔 후 5년 새 쌓은 10승. 스피스는 1945년 이후 기준 PGA 투어 최연소 10승 2위 기록(1위는 타이거 우즈)을 썼다.
로저 페더러(36·스위스)와 라파엘 나달(31·스페인)의 1월 호주 오픈 테니스 남자 단식 결승 대결은 올해의 재회로 꼽혔다. 전성기가 지났다는 평가를 받은 둘은 나란히 부상으로 잊혀가고 있었다. 나달은 메이저대회 결승에 2년 이상 오르지 못하고 있었고 페더러는 6개월간 공식 대회에 출전조차 하지 못했다. 그러나 모든 예상을 뒤엎고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 오픈 결승은 페더러와 나달의 ‘클래식 매치’로 치러졌고 페더러가 5세트 접전 끝에 트로피를 가져갔다. 둘은 올해 4대 메이저대회를 양분(페더러는 호주 오픈·윔블던 우승, 나달은 프랑스 오픈·US 오픈 우승)하며 제2 전성기를 열어젖혔다.
이 밖에 올해의 게임은 뉴잉글랜드가 애틀랜타에 3쿼터 25점 차 열세를 뒤집고 우승한 2월 미국프로풋볼리그(NFL) 슈퍼볼, 올해의 재기는 3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에서의 바르셀로나가 선정됐다. 바르셀로나는 1차전에서 파리 생제르맹에 0대4로 지고도 홈 2차전에서 6대1로 이겨 8강에 오르는 기적을 썼다. 후반 추가시간 세르지 로베르토(바르셀로나)의 발리 슈팅이 골망을 가르자 프랑스 TV 해설자는 “이럴 수는 없다”는 말만 반복해야 했다. 올해의 반전은 10월 월드컵 북중미 예선 최종전에서 미국이 약체 트리니다드토바고에 1대2로 덜미를 잡힌 일이다. 이 패배로 미국의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은 7회에서 마감됐다. 가장 큰 시장인 미국을 잃은 FIFA에도 엄청난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올해의 레이스는 우사인 볼트(자메이카)의 은퇴 레이스였던 8월 런던 세계선수권 남자 100m, 올해의 용두사미로는 치열했던 세계 대표 도시의 올림픽 유치 경쟁을 2024년 파리, 2028년 로스앤젤레스로 정리한 9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결정이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