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최저임금위원회 전문가 태스크포스(TF)의 권고는 현행 산입범위의 모순을 인정한 조치로 풀이된다. 하지만 TF가 모든 정기 상여금이 아닌 월 단위로 지급되는 상여금만 산입범위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내놓으면서 기업들의 임금 지급 체계가 크게 요동칠 것으로 관측된다. 적지 않은 대·중소기업 직원들이 격월로 상여금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상여금 지급 체계를 격월에서 매월로 바꾸지 않으면 현재와 마찬가지로 연봉 4,000만원도 최저임금 위반이 되는 산입범위의 모순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위가 26일 공개한 제도개선안을 보면 TF는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상여금을 넣기로 입장을 정했다. 다수의견과 소수의견을 각각 내놓았지만 이들 의견 모두 속을 들여다보면 상여금을 최저임금에 포함하자는 것이다. 다만 다수의견은 매월 지급되는 상여금만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넣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사업주 등에게 분할지급을 할 수 있는 여지를 줬다. 사업주가 총액을 유지하면서 상여금을 매월 나눠 지급해도 근로기준법상의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에 해당하지 않도록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고 한 것이다.
문제는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대다수 기업이 두 달에 한 번 상여금을 지급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급주기가 1개월이 아닌 2개월인 셈이다. 이 경우 상여금은 매달 지급되는 임금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TF의 다수의견대로라면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들 업체가 상여금을 산입범위에 넣기 위해서는 임금지급 체계를 바꿔 상여금을 매달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걸림돌은 노동조합이 이를 거부할 경우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실제로 해마다 약정임금의 800%를 상여금으로 지급하고 있는 현대중공업은 매 짝수달 지급하는 상여금 100%를 매달 50%로 나눠 지급하는 방안을 놓고 오랜 기간 노조와 씨름하고 있다. ‘상여금 분할지급’을 놓고 노사가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임금협상을 연내 타결하지 못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TF의 권고안은 오히려 산업 현장의 혼란과 노사 갈등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지급 주기와 관계없이 모든 상여금을 산입 범위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TF 권고대로 분할 지급을 근로기준법에 따른 불이익변경이 아니라고 법으로 못 박으면 사용자는 노조 동의를 구할 필요없이 임금지급 체계를 변경하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럴 때도 노사 갈등은 피하기 힘들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상여금 분할 지급을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굳이 월 단위 지급 상여금만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시킨 저의를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소수의견에서는 산정 대상 기간 및 지급주기 등을 따지지 않고 1년 이내 지급된 상여금 모두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반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홀수 달에 상여금을 200만원 받는 사람의 월 최저임금 산정에는 100만원이 합산돼야 한다는 얘기다. 김성호 최저임금위 상임위원은 “다수의견과 소수의견 모두 ‘근로자의 생활안정’ 차원에서 기존 상여금 등을 총액 변동 없이 매월 지급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봤다”며 “이를 위한 입법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데 대해서도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TF는 가족수당·숙박수당·급식수당·통근수당 등의 최저임금 산입범위 포함 여부에 대해서는 다수의견 등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모든 생활보조·복리후생적 금품을 제외하는 ‘현행 유지’를 1안으로, 매월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현금성 임금은 산입을 2안으로, 2안에 의한 임금은 물론 현물로 제공되는 금품도 포함을 3안으로 각각 제시했다. 앞으로 최저임금위가 논의를 통해 선택하도록 했다는 게 TF 측의 설명이다.
산입범위와 함께 논란이 됐던 업종·지역별 등 구분 적용 방안에 관해서는 현시점에서 업종별 구분 적용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다수의견이었다. 소수의견은 이미 법률에 근거 규정이 있고 업종별 격차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구분 적용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전문가들은 지역별 구분 적용은 불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또 청년과 고령자에 대한 감액 적용은 불필요하다는 게 다수의견이었다. 다만 고령자에 대한 감액 적용은 필요하다는 소수의견도 나왔다. /세종=임지훈기자 진동영기자 jh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