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기러기

이면우 作

2715A37 시로여는수욜




저 새들은 어디서 오느냐고 아이가 물었다


세상 저 끝에서 온다고 말해주었다.

저렇게 떼 지어 어디 가는 거냐고 또 물었다

세상 저 끝으로 간다고 말해주었다.


그럼 어디가 세상 끝이냐고, 이번엔 정색하고 올려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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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궁리 끝, 기러기 내려앉는 곳이겠지, 하고 둘러댔다.

호숫가 외딴 오두막 가까이 키보다 높은 갈대들

손 저어 쉬어 가라고 기러기 부르는 곳

저녁 막 먹고 나란히 서서 고개 젖혀 하늘 보며

밭고랑에 오줌발 쏘던 깊은 겨울.

기러기 오는 곳이 세상 저 끝이라는 말, 기러기 가는 곳이 세상 저 끝이라는 말 나도 어릴 때 들었지요. 기러기만 왔다가 기러기만 가겠어요? 우리 모두 저 끝에서 와서 저 끝으로 가겠지요. 기러기 내려앉는 곳이 세상 끝이라 둘러대셨다는 말씀 외려 솔깃하네요. 기러기 앉은 저 논두렁, 이 밭두렁이 세상 끝이라면 우리가 살아가는 이곳도 세상 끝이겠군요. 그렇다면 너머를 궁금해 않고도 여기를 잘 살 수 있겠군요. 여기서 우리 따뜻하면 저 끝도 환해지겠군요.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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