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대선 출마 불허"…저격 당한 '푸틴 저격수'

러 선관위, 유죄판결 경력 이유로

야권 운동가 나발니 입후보 막아

나발니 "출마권 위배…선거 보이콧"

20개 도시서 지지자들 규합 시위

알렉세이 나발니/로이터연합뉴스알렉세이 나발니/로이터연합뉴스






내년 3월18일로 다가온 러시아 대선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으로 꼽혀온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41)의 출마가 사실상 좌절됐다.

러시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5일(현지시간) 긴급회의를 열어 나발니의 유죄판결 경력을 이유로 그의 입후보가 불가능하다는 공식 결론을 내렸다. 전날 나발니 지지자그룹이 무소속 대선후보 등록서류를 제출함에 따라 소집된 이 회의에서 선관위원 12명은 그의 후보등록이 불가능하다고 공식 표명했다. 위원 중 한 명은 ‘이해충돌’을 이유로 기권했다. 엘라 팜필로바 선관위원장은 “관련법에 따라 조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률가 출신인 나발니는 수년째 전국을 돌며 푸틴 반대세력을 규합하는 등 러시아 야권의 여러 대선후보 가운데 푸틴에게 맞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유력 후보로 평가돼왔다. 지난 2013년 모스크바 시장 선거에서는 30%에 가까운 지지율로 정치적 가능성을 입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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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의 결정이 나오자 나발니는 이번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러시아 선거법에 따르면 범죄 기소자는 출마가 불가능하지만 나발니는 자신의 출마 저지가 헌법상의 출마권에 위배되며 유럽인권재판소가 그의 입후보권을 인정했다는 점을 이유로 피선거권을 주장하고 있다. 그는 “대선 투표 거부 및 결과 불인정 운동을 시작하겠다”며 “수백만의 선거 보이콧 속에 러시아 전역에서 시위를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나발니 대선캠페인 본부는 선거본부를 시위본부로 개편하고 선거 모니터링에 돌입하는 한편 선거불참 등 조직적인 선거반대 운동을 벌일 방침이다. 당장 이날 모스크바를 비롯한 20개 도시에서는 약 1만6,000명이 나발니를 지지하는 시위에 들어갔다. 이에 크렘린궁은 26일 “나발니의 대선후보 출마 불허는 선거 정당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밝히며 “선거 보이콧을 촉구하는 나발니의 행동이 불법인지 엄격하게 조사돼야 한다”고 경고했다.

나발니 출마가 저지된 가운데 이번 대선에서는 블라디미르 지리놉스키(71) 자유민주당 대표, 러시아 공산당의 파벨 그루디닌(57), 여성 방송인 크세니야 솝차크(35) 등이 1~10% 미만의 낮은 지지율로 경쟁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2000년 이후 네 번째 출마하는 이번 대선에서 60%대의 안정적 지지율로 당선될 것이 확실시된다. 그가 승리할 경우 오는 2024년까지 재임이 보장돼 총리로 다스린 2008~2012년을 포함해 사반세기 동안 러시아를 다스리게 된다.

BBC는 “푸틴이 당선의 정당성을 높이기 위해 나발니의 출마를 결국 허용할지는 의심스럽다”며 “현재로서는 출마 자체를 봉쇄하는 쪽이 리스크를 줄이는 길이라고 판단한 셈”이라고 진단했다.

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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